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건강한 냉장고 만들기

얼마 전에 대학 후배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 후배는 대학 시절부터 노트정리의 대가로 정평이 나 있었다. 후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저녁식사 때가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아직 저녁식사를 준비하지 못했던 터라 급하게 냉장고 문을 열어서 저녁상을 차리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후배가 우리 집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이어서 "언니 집은 단지 안에 슈퍼도 있고, 식구도 적은데 왜 냉장고가 이렇게 복잡하게 뭐가 많아요? 신선한 재료로 그때그때 음식을 해 먹어야지 언제 사다 놨는지, 뭐가 있는 줄도 모르게 이렇게 냉장고를 채워 놓았어요"라고 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역시 노트 정리의 대가답게 냉장고 정리의 기본에 대한 충고를 해주었다.

그날 냉장고를 정리하면서 많은 생각과 반성을 했다. 요즘은 대형슈퍼에 가면 포장단위가 크고 저렴하게 파는 데 현혹돼 식구 수를 고려하지 않고 많이 사와서 결국 냉장고에 보관만 하다가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구나 요즘 집집마다 냉장고에다 김치냉장고까지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장비는 많은데 식구 수는 점점 줄어든다. 신선한 음식을 사 놓고 전기값 들여 보관하다가 신선도만 떨어뜨린다. 결국 음식을 먹는 것은 고사하고 버리기까지 하니 이만저만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가족들이 어떤 질병에 노출되어 있는지는 냉장고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 집은 어떤 것으로 채워져 있을까?

냉장고 안이 고기'버터'베이컨 등 고지방 음식들로 채워져 있다면 이는 '대장암'심장병 냉장고'로 분류된다. 젓갈'장아찌'절인 생선이 가득하면 '위암'고혈압 냉장고'가 된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청량음료'초콜릿'아이스크림 등이 눈에 먼저 들어오면 '소아비만 냉장고'인 셈이다. 반면 신선한 야채와 과일, 요구르트, 두부'콩 등으로 꽉 차 있으면 '항암 냉장고'가 될 것이다. 계란'우유'살코기 등 철분과 칼슘이 많은 음식이 가득하면 '성장클리닉 냉장고'가 된다.

지금 당장 냉장고 문을 열어서 아래 세 가지 사항에 맞추어 냉장고 상태를 점검하고 한 해 식구들의 건강 관리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냉장고 안의 음식물의 보관 상태 점검하기 ▷유효기간이 있는 음식이라면 제대로 관리가 되어 있나 확인하기 ▷음식물의 종류가 건강을 위하고 가족 구성원들을 위한 맞춤처방식단에 기초한 음식인지 확인하기.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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