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림에도 '吉·凶·禍·福' 있다?

도성욱 작
도성욱 작 '빛2'
김창열 작
김창열 작 '희귀'

'행운을 부르는 그림, 따로 있다?'

최근 한 큐레이터는 금융인으로부터 '노란 색깔이 많이 사용된 그림을 구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노란색은 '금'을 연상시켜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색으로 은연중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 큐레이터는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처럼 재물이나 운을 부르는 그림을 특별히 주문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돈을 부르는 그림'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는 사업가나 금융인들 사이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 LG 등 재벌가에 그림이 걸리면서 스타 작가로 떠오른 화가 도성욱은 숲 한가운데 나무와 빛을 그린 작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화랑가는 하늘로 쭉 뻗은 나무 형상을 꼽는다. 나무가 뒤틀리지 않고 쭉쭉 뻗은 모양이 사업이 수직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또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숲 속의 좋은 '기'(氣)를 전달해준다는 해석도 있다.

복을 부르는 그림으로 과일 그림도 선호된다. 알알이 맺힌 포도, 석류가 인기 있는 과일. 복숭아, 대추, 콩도 많이 찾는다. 화가 김창열의 물방울 작품도 '맺힌 게 모여서 큰 물이 된다'는 의미로 사업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화랑 관계자들은 굳이 미신적 요소를 믿지 않더라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큐레이터들은 젊은 부부에게는 외기러기 등 짝없이 홀로 그려진 그림을 금기시한다. 같은 이유로 고추를 널어 말리는 그림은 아기가 잘 생기지 않는 부부에게 인기를 끌기도 한다.

양을 주로 그리는 화가 문상직 씨의 그림에는 양이 대부분 오른쪽 방향으로 보고 있다. 문 씨는 "화가는 그림을 그릴 뿐 해석은 관람객의 몫"이라고 전제하면서 "복이 오른쪽에서 들어와 왼쪽으로 나간다는 의미에서 양이 오른쪽을 보고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화랑가에는 '작가의 삶도 그림을 닮아간다'는 속설도 있다. 긍정적이고 행복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순탄하게 풀리는 반면 쓸쓸하고 황량한 그림을 그리면 작가 또한 이와 닮아간다는 것. 한 큐레이터는 "이중섭과 고흐는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듯 마지막에 그린 그림에는 까마귀가 등장했다"면서 "계속 같은 색깔이나 그림을 그리며 보고 있으면 은연중에 그 느낌을 닮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림을 거는 장소에 따라 적절한 그림도 다르다. 큐레이터들은 '밥을 잘 안 먹는 아이가 있으면 식탁 옆에 붉은 색이 많이 들어간 그림을 걸어라'고 조언한다. 붉은 색이 식욕을 자극하게 되므로 부엌에 잘 어울리는 색이라는 것. 또 부부가 사용하는 침실에는 누드 그림을 많이 거는 경향이 있다.

한 화랑 대표는 "그림이 부적은 아니지만 이왕 건다면 보기 좋은 그림을 걸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예부터 달마도, 십장생도 등이 원래 기복을 뜻하는 소재들이었던 만큼 현대인들도 복을 부르는 그림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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