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동차도 한파에 '덜덜덜∼'…연료 채우고 필터 바꾸세요

17일 오전 7시 출근길에 나섰던 직장인 최현철(39·대구 수성구 사월동) 씨는 자신의 2000년식 갤로퍼 승용차(주행거리 17만㎞)가 속을 썩이는 바람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몰아 오르막을 오르던 중 시동이 꺼졌기 때문. 최 씨는 이후 10분 가까이 시동을 걸었지만 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가 먹통이었던 것. 최 씨는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차를 밀어 통로를 확보한 뒤 택시를 타고 출근해야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잇따른 한파로 자동차가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특히 -9.5℃를 기록한 17일 오전 경유 차량과 LPG 차량은 시동이 걸리지 않은 경우가 많아 출근족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연료 필터에 수분이 막히면서 주행중에도 시동이 꺼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 혹한기 자동차 시동이 꺼지는 문제를 방지하려면 연료를 가득 채우고, 연료필터를 정기적으로 점검, 교환해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30년 만에 -13.2도로 수은주가 내려간 16일 대구의 긴급출동 서비스 업체는 밀려드는 SOS 요청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보험회사가 생긴 이후 최고로 SOS 요청이 많았다"는 게 긴급출동 서비스 업체들의 한목소리.

대구 달서구 본동에 있는 A업체는 17일 하루에만 40건이 넘는 긴급출동 요청을 받았다.

16일에는 60건 이상 들어와 눈코 뜰 새 없었다. 평소 15건가량 들어오는 긴급출동 요청이 지난주말부터 쇄도하고 있어서다. 이곳 관계자는 "90% 이상이 시동이 꺼졌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며 "연료 필터 상태가 좋지 않아 찌꺼기가 막히면서 시동이 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B업체도 16일 하루 동안 100건이 넘는 출동 요청을 받았다. 이곳 관계자 역시 "평소 하루 30건 안팎이던 긴급출동 요청이 15일부터 17일까지만 200건이 넘어 접수 자체를 받지 못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보험사의 경우 전국적으로 넘쳐나는 긴급출동 요청으로 보상 담당 직원들도 필요한 경우 현장 출동에 나서 달라는 공문을 각 지역에 내려보내기도 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혹한기 시동 꺼짐은 연료필터에 수분이 막혀 일어나는 현상으로 연료필터를 주기별로 교환해주고 가급적 연료를 가득 채우라고 주문하고 있다.

'자동차시대' 하상호 대표는 "연료탱크 내에 빈 공간의 공기 중 수분이, 또는 연료에 혼합되어 있는 수분이 얼음먼지로 변해 연료필터를 막기 쉬워 연료를 가득 채우는 게 좋다"며 "대구의 경우 -8도 이하로 내려가면 시동을 거는 데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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