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제역 살처분 옹고집, 과연 실속 있었나

육류수출 규모 미미…"구제역 청정국 死守 엄청난 비용 투입 어이없어"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 살처분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면서 '구제역 청정국' 지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국은 그동안 청정국 지위 획득에 대해 국내산 육류의 수출길 확보와 구제역 비청정국가의 육류수입 요구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미미한 수출 실적에다 무역 압력도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본지 11일자 10면 보도)으로 밝혀지면서 축산 농민들은 당국의 주장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제역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무려 1조3천억원이 방역에 투입됐다. 2000년 들어 발생한 구제역은 모두 48차례. 매년 4, 5차례씩은 연례행사처럼 발생했다. 이를 모두 포함하면 상상을 초월한 비용이 든 것으로 나타난다.

청정국 지위가 유지되고 있던 2005년부터 최근 5년간 농림수산식품부가 집계한 부산물 수출 실적(통관기준)은 2005년 1만4천738t(3천429만달러), 2006년 1만2천216t(2천386만3천달러), 2007년 1만2천612t(2천561만9천달러), 2008년 1만405t(1천771만6천달러), 2009년 1만2천513t(1천162만5천달러)로 집계됐다. 부산물 5년치를 다 합해도 6만2천484t에 1억1천311만3천달러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연평균 264억원 꼴이다.

당국이 밝히는 소고기 수출실적도 수입산 소고기 재수출이지 실제로 국내산 한우는 없다. 수출로 얻어지는 수익에 비하면 구제역 살처분 방역에 소요되는 비용이 수백 배가 넘는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가 무색하기만 하다.

비청정국의 수입압력도 청정국 지위로 방어해야 할 만큼 부담이 높지 않다. 국내시장에 맡겨 놔도 문제없다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벌써 국내 시장은 수입육류 재고가 창고마다 가득 쌓여 있는 포화 상태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육류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비청정 국가들의 수입 압력을 받아들인다 해도 수입 육류가 국내시장 유통 과정 중 품질과 가격이 평가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정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구제역 청정국 지위 유지에 뚜렷한 이유가 없으니 각종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산 소고기의 가파른 성장세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 자료에 의하면 2009년 6, 7, 8월의 경우 호주산 소고기 수입량이 월 평균 1만여t으로, 월평균 3천여t에 그친 미국산 소고기의 3배에 이르렀으나 2010년 같은 기간에는 호주산과 미국산 수입량이 각각 1만t씩 같은 수준으로 집계돼 상대적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실적이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9년 국가별 총 수입실적은 호주산이 11만6천716t인 반면 미국산은 4만9천977t으로 호주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작년엔 10월 말 현재 호주산은 9만8천455t, 미국산은 7만5천750t으로, 2만3천t 정도로 실적 차이를 좁힌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기업인협회 등 축산 전문가들은 "상품을 파는 쪽이 획득하는 품질마크를 상품을 사는 소비자가 획득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육류 국제시장에서 소비자인 수입국이 고비용을 들여가며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획득하는 현 축산정책에 대해 이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축농가들도 "전국이 살처분 소용돌이 속에서 몸서리치는 이 엄청난 노력과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얻는 정부 당국의 청정국 지위가 만약 특정국 소고기 수입에 정책적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면 거센 국민적 저항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박순보 경북도 농수산국장은 "청정국 지위를 포기했을 때 1년에 2차례씩 전국적으로 놔 줘야 하는 구제역 백신주사 부담이 현 살처분 비용을 넘어설 것"이라며 "청정국 지위를 상실했을 때 발생하는 국민정서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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