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경북대병원에 대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취소는 않되 그에 준하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경북대병원 측은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며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경북대병원 한 관계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라는 명분은 유지했지만 이미 이미지에 먹칠을 했고 더 이상 잃을 게 없을 만큼 만신창이가 됐다"며 "신규 국책사업에서 배제되고, 의료진의 면허 취소까지 받아 충격이 크다"고 했다.
당장 경북대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수도권 외 1곳을 정해 5년간 250억원을 지원하는 연구중심병원 공모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응급의료기금 20%씩을 일괄 삭감당한 지역의 나머지 4개 대형병원도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하반기에 사업 방향 발표를 목표로 현재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1천200억원 규모의 권역외상센터 유치에도 제동이 걸렸다.
경북대병원 노동조합 측은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태와 관련, 병원 내부에서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장중첩 소아 사망사건 이후 이 문제를 두 달가량 끌면서 보건복지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노조 측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감독기관은 대구시도 아니고 바로 보건복지부"라며 "지난번 국정감사에서 응급실 관련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놓고 이제와서 책임을 지역 병원에만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한 개원 의사는 "전국 모든 대형병원에서 벌어지는 문제가 대구에서만 일어난 것처럼 비치고 있다"며 "과연 이런 제재를 한다고 해서 응급실 문제가 해결되고, 신속한 응급처치가 가능해질지 묻고 싶다"고 했다.
반면 시민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경북대병원을 포함한 지역 병원들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 이영주(39·달서구 성당동) 씨는 "열 명이 친절해도 한 명이 불친절하면 그 병원은 불친절한 병원으로 인식된다"며 "메디시티를 지향하는 대구답게 지역 병원의 의료인 전부가 '나부터 잘하자'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현수(42·수성구 상동) 씨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며 "최소한 우리 지역 만큼은 응급환자들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거나 제때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해 위험에 처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북대병원 노조 측은 "지역 보건의료단체와 응급의료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공청회 형태로 의견을 모으는 기회를 조만간 마련할 것"이라며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 찾아내서 고치겠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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