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붓 대신 뿌리기…퍼져나가는 먹의 파열

오희연 전 26일까지

한국화의 필수라고 여겨지는 붓과 먹, 그리고 종이. 이 가운데 붓을 버렸다. 그렇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개념적인 한국화의 세계를 보여주는 오희연 전시회가 26일까지 큐브C에서 열린다. 작가는 한지 위에 먹으로 다양한 표현을 보여준다. 붓 대신 뿌리기 기법을 선택한 것. 화면 위에 퍼져나가는 먹의 파열은 파격의 쾌감과 신선함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는 10여년 간 작품 활동을 멈추었던 작가가 다시금 작품 활동에 매진해서 보여주는 첫 번째 전시다. 오랫동안 작품 활동에 대한 목마름을 느꼈던 작가는 색다른 시도로 한국화를 재해석해 눈길을 끈다.

작가는 전시장 내에 현실과 과거,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표현한다. 갤러리 한 벽면을 선 작업으로 가득 채웠다. 작가는 그것을 두고 '미래'라고 표현했다. "얼마든지 공간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작품이 바뀔 수 있어요. 이것은 우리 미래와 닮아있죠." 선 위에 뿌려진 먹의 번짐은 별자리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그냥 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작가가 열어놓은 무한한 상상의 공간이다. 작품 위에 실크스크린 판화 기법으로 새겨 넣은 '현'(現)이라는 한자와 먹의 흩날림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과거는 작가가 작업한 흔적들이 중첩돼 있다. 작가가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종이에 나타난다. 현실을 즐긴다는 의미에서 '락'(樂)을 작품에 새겨놓기도 했다. 먹을 흩뿌려놓은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먹과 한지의 매력은 작가의 의도가 50%라면, 나머지는 재료 스스로 움직여 간다는 겁니다." 한국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신선한 감흥을 느낄 수 있다. 053)427-1628.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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