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해정구에 위치한 조어대 호텔은 '동방의 신기루'(海市蜃樓)라고 불릴 정도로 고풍스러운 멋이 있습니다. 원나라 시기에는 샘물이 모이는 곳이라 해서 옥연담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청나라 건륭 28년(1763년), 35년(1770년)에 중건 과정을 거쳐 청 고종 시기에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1959년 중국 정부는 조어대를 국빈관으로 정식 개방하였고, 그 후 수많은 국가의 정상과 수뇌들이 머물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꾼 회담들이 수도 없이 열렸고 별의별 에피소드도 잉태하였습니다. 수쥔이 편집한 '조어대비망록'(북경:서원출판사, 2005)을 보면 닉슨, 엘리자베스 2세, 고르바초프, 옐친 등의 인사들도 조어대에 묵으면서 많은 에피소드를 남겼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화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1993년 2월 25일,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식장에서 중국 소년 주소화(周少華)로부터 한 통의 축하편지를 받았습니다. 편지에는 대통령의 연세와 같은 66개의 참외 씨앗이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의 진심 어린 마음에 감동을 받은 대통령은 그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94년 5월 중국방문 시 조어대 호텔에서 소년 주소화를 만났습니다.
사연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1993년 2월 초 하남성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던 주소화는 학교에서 '멀리 있는 친구(遠方親友)에게 편지를 쓰라'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멀리 있는 친구가 없었던 주소화는 아침에 읽었던 '하남일보'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당선된 김영삼은 소년시절에 뜻을 세우고(立志), 제가치국(齊家治國)하였고, 부정부패와 싸운 업적이 있다.' 감동을 받은 소년은 '멀리 있는 친구' 김영삼 대통령에게 진심 어린 축하와 축복의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를 다 쓴 소년은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데 마침 마당에 있는 호박, 수박, 오이, 참외 씨앗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소년은 너무나 달고 맛있는 참외가 생각났고 그 씨앗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벌떡 일어난 소년은 66개의 참외 씨앗을 한 개 한 개 정성스럽게 골랐습니다. 그리고는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김 할아버지, 우리나라에서는 66이 아주 순조롭다(六六大順)는 의미입니다. 66세에 대통령이 되셨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이라 믿습니다. 제가 66개의 아주 좋은 참외 씨앗을 당신께 보내드리니, 당신과 당신의 국민 생활상이 참외처럼 달콤하게 되길 빕니다."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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