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휘청대는 노래방… 노래·술판에 性까지…

[르포] 퇴폐 노래방…여성 도우미들 알몸 스트립쇼 예사로…'2차,3차\

대구의 한 노래연습장에서 여성 도우미가 옷을 벗은 채 춤을 추고 있는 장면. 사회정화시민연대 합동감시본부 제공
대구의 한 노래연습장에서 여성 도우미가 옷을 벗은 채 춤을 추고 있는 장면. 사회정화시민연대 합동감시본부 제공

19일 오후 11시 대구 수성구 한 노래연습장.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일반 노래연습장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업주 안내로 방에 들어가자 상황은 돌변했다. 술과 안주가 들어왔고 여성 도우미들이 아슬아슬한 차림으로 자리에 앉았다. 어색한 분위기는 얼마 가지 않았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여성 도우미들은 자연스럽게 퇴폐 행위를 유도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게 다가와 온몸을 만졌다. 시간이 흐르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도우미들은 테이블 위에 모두 올라갔다. 스트립쇼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유사 성행위도 거리낌없이 이뤄졌다. 게다가 한 여성 도우미는 "다른 곳에 갈 필요 없이 이 자리에서 바로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제의까지 했다.

노래연습장의 퇴폐 행위가 위험수위다. 유사 성행위는 기본이고 여성 도우미와 노래방 내에서 성매매까지 서슴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최근엔 신종 퇴폐 영업도 등장했다.

장모(34) 씨는 "1인당 현금 25만원만 내면 무제한으로 술과 안주를 먹을 수 있고 여성 도우미와 성관계까지 할 수 있는 곳도 있다"며 "여성 도우미도 손님의 취향에 따라 주부와 여대생 등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노래방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손님을 끌기 위해 다양한 영업방식이 탄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시민과 유흥업소 업주들로 구성된 사회정화시민연대 합동감시본부가 최근 한 달 동안 대구의 노래연습장을 돌며 몰래 촬영한 영상은 충격적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성의 서비스는 기본이고 성매매 현장까지 포착됐다.

합동감시본부 관계자는 "노래연습장의 퇴폐가 도를 넘었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설마 해서 가봤는데 상황은 심각했다"며 "실상을 알리고자 영상으로 촬영해 시내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5년째 수성구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2) 씨는 "대구 지역 어느 노래방을 가더라도 이런 퇴폐 행위는 쉽게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모(50) 씨는 "계모임에서 술 한잔 걸치고 노래연습장에 들어가면 직원들이 먼저 도우미를 권한다"며 "심지어 여성 도우미들이 노골적으로 2차까지 유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하려고 각 방에 경보기를 설치한 노래방도 많다. 성서경찰서 생활질서계 한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손님과 도우미가 일행인 것처럼 행세하거나 증거를 모두 치워버려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예약제를 통해 단속을 피하는 노래방도 있다. (사)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대구지회 서수덕 사무처장은 "일부 노래연습장은 예약으로 손님을 받은 뒤 가게 문을 닫은 채 퇴폐 행위를 한다"며 "손님이 빠져나가면 다시 영업하는 척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김경호 부회장은 "주부들까지 쉽게 돈을 벌기 위해 퇴폐 노래연습장 도우미로 나서는데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 노래방에서의 불법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며 "예전 온 가족이 즐기는 노래방의 이미지를 되찾을 수 있도록 모든 시민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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