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유사는 기름값 원가 속히 공개하라

정부가 기름값을 잡기 위해 정유회사에 대해 원가(原價) 내역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정유회사를 직접 방문해 휘발유 가격 자료를 수거해간 데 이어 1994년 석유 가격 고시제 폐지 이후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휘발유 원가 정보의 제출도 요구키로 했다고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유류의 원가가 합리적으로 책정됐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현재 시판 유가는 세금 50%, 정유사의 세전(稅前) 공급가 44%, 주유소 마진 등 유통 비용 6%로 구성되어 있다. 기름값을 낮추려면 세금은 물론 세전 공급가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요구다. 그러나 세전 공급가가 어떻게 책정되는지는 비밀에 싸여 있다. 소비자단체들이 여러 차례 공개를 요구했지만 정유사들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응하지 않고 있다.

세전 공급가가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게 책정됐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영업 비밀이라는 모호한 이유를 내세워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 세전 공급가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영업 비밀은 물론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 희생을 강요하는 영업 비밀이라면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영업 비밀이라는 탈을 쓴 소비자 기만 술책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하면서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이 순차적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딱 잘라서 제품별 가격을 계산해낼 수 없다며 원가 공개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세전 가격이란 것이 결국은 정유사가 정확한 원가 계산도 없이 자의적으로 매긴 것이란 얘기밖에 안 된다. 이런 소리를 소비자더러 믿으라는 말인가. 구멍가게도 이렇게 장사하지는 않는다. 정유사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늘어놓을 게 아니라 속히 원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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