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년째 방치 알짜배기 땅, 밤이면 '도심속 폐허'

대구시가 직접 개발방안 찾아라

제일모직 후적지
제일모직 후적지
서부정류장
서부정류장
옛 달성군청 부지 대구시내의 노른자위 땅이 폐허화되고 있어 하루빨리 개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대구의 대표적인 노른자위 땅인 대구 북구의 제일모직 후적지와 서부정류장, 구 달성군청 부지.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옛 달성군청 부지 대구시내의 노른자위 땅이 폐허화되고 있어 하루빨리 개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대구의 대표적인 노른자위 땅인 대구 북구의 제일모직 후적지와 서부정류장, 구 달성군청 부지.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 도심의 대표적인 노른자위 땅들이 방치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밤이 되면 주변이 암흑천지로 변해 주민들이 접근을 꺼리는 등 우범지대가 될 우려가 크다.

특히 올해는 대구 방문의 해 행사와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려 외지인과 외국인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전문가들은 빨리 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폐허가 된 노른자위 땅=18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동 옛 제일모직 부지. 주변엔 대단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대구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오페라하우스도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인근 대형마트에는 쇼핑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섬처럼 낀 제일모직 후적지는 추운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웠다. 수십 년이 돼 보이는 2층짜리 공장 건물 몇 동과 앙상한 나무들, 무성하게 자란 풀이 가득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경희 씨는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면 흉가처럼 보여 무서울 때가 많다"며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절대 가지 말라고 한다"고 했다.

대구 남구 대명동 구 달성군청 부지도 수년째 인적이 끊기면서 흉가처럼 변했다. 건물 내부는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폐교 같다. 천장은 부서져 배관이 훤히 드러났고, 담벼락의 철조망엔 쓰레기가 가득했다.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노현아(52) 씨는 "해만 떨어지면 이곳은 암흑천지로 변해 옆을 지나다니는 것조차 무서울 정도"라며 "이 비싼 땅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리는 게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이용객 감소로 허덕이고 있는 인근 서부정류장도 노후화로 인해 서·남부권 대표 정류장이라는 옛 명성은 사라졌다.

◆개발되나, 안 되나?=이들 노른자위 땅을 개발해 대구의 랜드마크로 만들자는 지적은 수년째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왜 그럴까. 제일모직 후적지 개발 계획은 일찌감치 세워졌다. 1997년 대구시가 이 부지를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결정하면서 업무, 숙박, 판매, 관람, 전시 시설 등을 건립할 수 있도록 했다.

시는 2000년 부지 소유 기업인 제일모직,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을 사업시행자로 선정하고 2005년까지 준공토록 결정했다. 하지만 사업시행자는 "어려운 경영여건과 3개 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해야 하는 탓에 사업시행이 어렵다"며 두 차례나 준공예정 연도를 연기했으며, 현재는 2015년 7월 9일까지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약속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경훈 대구시의원은 "두 번이나 준공연도를 연기한 것은 사업시행자인 제일모직, 삼성전자, 삼성물산이 애초부터 사업을 시작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며 "최근 사업시행자들이 3월까지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사업 착수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대구시에 전달했지만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옛 달성군청 부지도 변신 계획이 불투명하다. 달성군청은 구 청사 부지에 건립하려던 복합쇼핑몰 사업이 무산되면서 부지를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개발 이익이 불투명한 탓에 지난해 2차례에 걸친 공개 입찰이 모두 유찰됐다. 달성군청은 리모델링을 통한 임대 수익 사업과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 개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남구청이 서부정류장 부지에 계획하고 있는 지상 11층 멀티플렉스 신축 사업은 지난해 1월 착공허가가 났지만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자본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

남부정류장은 2014년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완공되면 곧바로 이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전 이후 이 지역에 대한 개발 계획은 전무하다.

◆어떻게 개발할까?=전문가들은 이들 노른자위 땅을 대구의 새 이미지 창출과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대구시가 개발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양명모 대구시의원은 제일모직 후적지의 경우 일본 요코하마의 '아카렌카'(빨간 벽돌) 창고 공원을 응용 사례로 제안했다. 요코하마시는 화물보관 보세창고이던 아카렌카를 쇼핑시설, 식당, 공연장 등으로 개조해 지역의 상징물로 만들었다.

양 의원은 "제일모직 후적지에 있는 기숙사 건물을 내부 리모델링을 통해 삼성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담는 역사박물관으로 변신시켜 인근 호암동산과 연계하면 대구의 좋은 관광명소로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홍경구 대구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대구의 대표적인 노른자위 땅은 경제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대구시가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게 개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개발지의 30%는 해당 지역민을 위한 문화시설을 만들고, 나머지는 수익시설을 비롯한 복합시설로 채운다는 원칙이 먼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제일모직 부지의 경우 삼성박물관 건립, 과거 삼성상회 재현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고민 중이다. 다른 지역도 대구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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