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19일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에 의뢰한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자료를 통보받은 결과 이번 안동과 경기 연천·파주 두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사하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두 바이러스의 유전자 639개 중 단지 '5개만' 차이 나고 나머지 99%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한 달 전인 작년 12월 16일 검역원의 자체 분석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당시 검역원은 두 지역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유전자가 '5개나' 차이 난다며 '동일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했다. '5개나' 발표 당시는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경기지역으로 전파된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고, 지금 '5개만'은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다. 같은 분석 결과를 두고 한 달여 사이에 해석이 정반대로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구제역 발생 초기 역학조사에 나선 검역당국은 구제역 감염경로로 '베트남을 여행한 안동지역 축산농가들'을 지목했었다. 당국은 이를 토대로 '축산농가 책임론'을 부각시키면서 가축전염병예방법까지 개정했다. 이번 사태 초기 이들을 첫 의심축 신고자로 둔갑시켜 감염경로 매개체라는 굴레를 억지로 씌우려던 당국은 조작된 초기 상황이 들통나자 한 달여 만에 '그런 적이 없었노라'고 처음과 정반대로 말을 바꿨다. 퍼브라이트 연구소가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와 유사한 해외 바이러스로 '베트남'을 꼽지 않고 홍콩, 러시아,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을 지목해서일까? 당국이 왜 이럴까?
사상 최악의 이번 구제역 사태는 '초기 무사안일 역학조사로 인한 오판'과 '구제역 발생 상황 꿰맞추기식 조작' '늑장대처에 따른 차단방역 실패' 등 3대 원인이 대재앙의 전주곡이었다는 지적은 이제 부정할 수 없게 됐다. 검역당국은 이번 사태를 책임지울 희생양을 또 찾으려는 듯한, 이상한 '말재주'와 '말 바꾸기'는 이제 그만둬야 할 때인 것 같다. 자세를 바꿔 애꿎은 누명을 쓰고 오도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축산농가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과학적 판단'을 앞세운 검역당국이 시키는 대로 밤낮없는 방역작업에 내몰린 공무원들의 허탈함과 처진 어깨도 다독거려 주는 게 도리가 아닐까. 스스로의 잘못을 되돌아보는 것은 물론이다. 자칫 당국이 또다시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려다가 흉흉한 민심을 자극, 감당하지 못할 저항에 부닥치는 더 큰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시점이다. 어디 지금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시대인가.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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