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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직장 단골집] (43)전문진행자 모임 'MC 리더스' 앞산 원조 돌솥식당

올겨울은 어느 해보다 유별스럽다. 연초부터 거센 한파가 기승이다. 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세상이 움츠러들고 있을 때 몸과 맘을 녹여 줄 따끈따끈한 음식이 없을까? '돌솥밥'이 최고다. 눈이 오는 날 아랫목이 따스한 곳이면 더 좋다. 뜨겁게 달궈진 돌솥 속의 누룽지 익어가는 냄새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오묘하다. 탄성이 절로 난다. 돌솥밥의 묘미는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이랴? 밥솥에 눌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만든 물 누룽지의 맛은 그 어떤 음식도 흉내 낼 수 없는 천하제일의 맛이다. 대구지역 돌솥밥 식당의 선두주자는 '앞산 원조 돌솥식당'(대표 현행자)이다. 1982년 개업한 후 30년 동안 줄곧 돌솥밥만 해온 전통 있는 집이다. 대구경북의 전문 진행자들의 모임인 MC 리더스 회원들은 오랜 단골손님이다. 평소 일정이 바빠 사무실 출근은 잘 못하지만, 정기모임 때는 어김없이 원조 돌솥밥 집으로 모인다. 마치 대양을 떠돌다가 수년 만에 본향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귀소본능처럼.

앞산 원조 돌솥밥집은 소박하다. 식당의 모습도, 메뉴도, 주인의 모습도 마치 시골 고향 집처럼 푸근하다. MC 리더스의 방우정(50'방송인) 회장은 21년째 단골이다. "엄마의 손맛을 생각나게 하는 토속적인 것이 이 집의 매력"이라며 "요즘은 아무리 톡톡 튀는 세상이라지만 평범하고 편안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모처럼 MC 리더스 가족들이 모였다. 대구 출신으로 유명 방송인이 된 김제동 씨의 스승으로 알려진 방 회장을 비롯해 TBC와 교통방송에서 맹활약 중인 이도현(42) 씨, '떴다! 김샘'의 김홍식(44)씨, 9년째 삼성라이온즈 야구단 응원단장을 하는 김용일(33) 씨 등 9명이 참석했다. 한결같이 대구경북의 대표 MC들이라 각종 행사장에서 본 얼굴들이다.

아직도 돌솥밥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앞산 원조 돌솥식당' 주인 김상두(73)'현행자(70) 씨 부부는 30년 전 대구에 돌솥밥을 상륙시킨 장본인이다. 82년에 돌솥밥 식당을 시작했다. 김 씨는 "그 당시 매일신문에서 돌솥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고 "이거다" 하며 전북 장수까지 가서 돌솥을 한 차 가득 싣고 왔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예감(?)은 적중했다. 전문 운전기사까지 고용해서 25인승 버스와 승합차 등 두 대로 손님들을 실어 나를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김 씨는 "20년 전에는 대구에서 우리 집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했다"고 회상했다.

30년의 역사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평범하리 만큼 토속적이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된장은 감칠맛 대신 '고향의 맛'을 낸다. MC 리더스 방 회장은 "남자들은 40'50대가 되면 모두 고향을 그리워하게 된다"며 "음식도 어머니의 손맛이 나는 옛날식 음식이 좋아진다"고 단골이 된 이유를 말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돌솥밥이 등장했다. 뚜껑 사이로 달짝지근한 누룽지 냄새가 식욕을 강하게 자극한다. 뚜껑을 열어젖히자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산삼 돌솥 정식'이다. 밥 위에 얹힌 노란색의 부슬부슬한 것은 국내산 산삼 배양근이다. 살근거리며 씹히는 감촉과 상큼한 향이 어울려 특이한 맛을 낸다. 밥은 흑미와 조가 섞여 자줏빛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 속에 은행과 대추, 호박, 호박씨가 숨어 있다. 방송인 이도현 씨는 "고향집 밥처럼 푸근해서 좋다"며 "이런 맛 때문에 '원조'라는 말을 듣지 않겠느냐"고 했다. 비교적 입이 짧은 '김샘' 김홍식 씨는 누룽지 만들어 먹는 게 취미다. "밥을 적당하게 남겨 누룽지를 만들어 먹어야 맛이 있다"며 나름의 비법을 공개한다.

밑반찬은 명란젓과 취나물, 대구포 부침개 등 10여 가지다. 한결같이 집에서 먹는 것처럼 심심하고 수수하다. 가장 인기 있는 반찬은 '갈치구이'다. 이 집 갈치구이 맛은 벌써 입소문이 났다. 어떤 손님들은 식당 문을 들어서면서 "갈치 한 토막 더 주세요"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올해부터 돌솥밥을 좀 더 업그레이드했다. 산삼 돌솥 정식에다 옥돔구이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젊은층에도 돌솥밥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어 그들의 입맛에도 맞도록 노력하고 있다. 갈치 돌솥 정식은 8천원, 제주산 옥돔 돌솥 정식은 1만원, 산삼 돌솥에다 옥돔구이는 1만5천원이다.

주인 김 씨 부부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30년 동안 이루어놓은 식당을 자신들의 세대에서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2세대까지 대물림해줘야 하겠는데 외국 유학파인 세 아들이 모두 제자리를 잡고 있어 선뜻 식당을 물려받겠다고 지원하는 아들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예약은 053)652-7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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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닭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즐길 수 있는 닭요리로는 찜닭이 제격이다. 닭고기 맛도 즐기고 맛있는 양념에 밥도 비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앞산공원 식당가는 닭 전문집이 즐비했다.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앞산공원 식당촌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원조 앞산 돌솥밥집에서 닭요리를 주문하는 손님이라면 오랜 단골임이 틀림없다. 이 집의 찜닭은 소박한 돌솥밥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우선 여느 찜닭 집과는 달리 당면이 없다. 현행자 대표는 "찜닭의 맛은 양념이 좋아야 한다"며 "당면은 닭고기 고유의 맛과 양념을 모두 흡수해 버린다"고 일축한다. 그 대신 참기름과 마늘을 듬뿍 넣는다. 큼지막하게 썬 감자와 당근, 호박, 양파, 대파 등 야채로 맛을 낸다. 진간장으로 간을 해 심심하다.

마치 촌에서 먹던 닭고기 맛과 흡사하다. 은근히 입맛을 당기는 소박한 찜닭 맛을 즐기려면 적어도 한 시간 전에 주문하는 것이 좋다. 2인분이 기준이며 2만5천원.

이홍섭기자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이홍섭 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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