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 선물] 구제역+이상 기온+가격 급등 '설 앞 3중고'

40·50대 굴비·정육, 60·70대 건강식품, 가족끼리는 현금도

설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올 설을 맞는 시민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 같다. 연초부터 각종 공공요금이 줄지어 오르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생필품 가격마저 들썩이고 있다. 차례용품 또한 다락같이 올랐다. 채소·과일 가격 급등, 구제역 확산으로 인한 쇠고기값 상승, 설탕'밀가루 등 부자재 가격 급등, 고유가 등이 서민 가계를 옥죄고 있다. 알뜰 설 선물 마련과 고르기에 대해 알아봤다.

◆치솟는 차례용품

한국물가협회는 올 설 차례상 마련 비용(4인 가족 기준·29개 품목)이 지난해보다 15% 정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차례상 마련 비용은 16만4천원이었으나 올해는 19만원 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물가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이상기후로 배·사과·감 등 과일 작황이 좋지 않고 구제역으로 인해 육류 가격이 뛰어 대체품으로 조기 등 수산물을 많이 찾겠지만 이마저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차례비용 상승은 심각하다. 차례용품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20~30% 싼 전통시장 경우 전년보다 최소 30~40% 오를 것 같다. 대구 서문시장의 경우 차례상 차림에 필요한 돔배기 1kg이 상·중·하 품질에 따라 8천·1만·1만2천원에, 조기 한 마리는 1만3천~1만5천원, 문어는 1kg 기준 2만5천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사과와 배는 15kg 기준으로 각 3만~4만원, 6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고등어 1손(2마리)은 8천~1만2천원, 곶감 한 줄(10개)은 3천~5천원 선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한결같이 "차례용품 가격이 작년보다 30~40% 정도 뛰었다"고 말했다.

◆인기 선물

신종플루 유행, 구제역 확산 등으로 건강 관련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시장에 가면 수삼 750g을 4만~10만원 선의 저렴한 가격으로 백화점의 절반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대구백화점은 우리 땅에서 자생한 재료를 사용해 소나무 숲의 맑은 환경 속에서 수년의 발효과정을 거쳐 맛을 낸 '왕의 찬 명품 장아찌 세트'와 상주에서 생산된 감을 전통방식으로 건조한 뒤 꿀벌이 생성한 식물성 천연물질을 곶감에 바르고 말려서 만든 '대백 프로폴리스 곶감'을 내놓았다. 16가지 자연재료를 사용해 달인 맛 간장에 담가 깔끔하고 진한 맛이 일품인 '진도명가 전복장'과 전복의 영양소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자연산 전복장 세트'도 건강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은 홍삼농축액에 대추, 천궁 등을 첨가해 만든 '정관장 홍삼톤 골드' '친환경 과일 세트' 등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백화점은 친환경 사과와 배를 혼합한 세트, 최상품 곶감을 옻칠 자개 상자에 담은 '함안황토봉이곶감', 1세트 구매 시 1세트를 추가 증정하는 영광굴비세트 등을 준비했다.

◆이색 선물

대구백화점은 청정 제주 지역 우수 생산 농가에서 재배한 향이 짙고 신맛이 적은 상품을 선별해 담은 '제주 한라봉 세트'와 일본의 튀김 요리 장인들이 쓰고 있는 유전자 변형을 하지 않은 유채 씨를 엄선해 압착제법으로 착유한 튀김전용 식용유인 '유채씨유 아키미즈 2호'를 선보인다. 기장 앞바다에서 채취한 생미역과 청정 해역인 목포, 신안 앞바다에서 생산된 김 원초를 주재료로 만든 '기장특산품 장인 세트'도 눈길을 끈다.

롯데백화점은 찻잎을 쪄서 찧으면 흡사 파란색 이끼 같은 빛깔이 나고 모양이 마치 엽전과 흡사해 청태전(靑苔錢)이라 불리는 장흥 청태전 세트를 내놓았다. 맛과 향을 더하기 위해 불에 한번 살짝 구운 뒤 우려낸 것이 특징이다. 로얄살루트의 역대 마스터 블렌더들이 엄선한 것으로 40년 이상 숙성된 원액을 블렌딩한 '로얄살루트 62GUN 살루트'도 나와 있다.

동아백화점은 항암·향균 효과가 탁월한 울릉도 명이나물세트를 내놨다. 주부들 사이에서 건강 나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로 관심 가는 품목이다. 제주 은갈치 세트도 진공포장으로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연령대별 추천 선물

선물은 받는 사람의 취향에 맞아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것이 다른 만큼 선물을 고를 때 나이는 중요한 고려 요소다.

20'30대의 경우 정육, 굴비 등 전통적인 선물세트보다는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는 이색적인 선물을 하는 게 좋다. 젊은 세대는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꼼꼼히 따져야한다.

추천 상품으로는 커피, 와인, 양과 등이 좋다. 커피의 경우 가격도 저렴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므로 연인이나 친구에게 선물하기 좋다. 주류의 경우 위스키보다는 낭만이 녹아 있는 샴페인이나 와인이 좋으며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양과 선물세트도 제격이다.

40'50대에게는 전통적인 선물세트인 굴비와 정육이 무난하다. 굴비나 정육의 경우 신선도 유지가 생명이므로 받는 사람의 날짜에 맞춰 배송날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60'70대 경우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강식품이나 전통적인 굴비, 한과가 좋다. 수삼부터 저렴한 비타민 세트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어르신에게 보내는 선물이니 만큼 상품 선택뿐만 아니라 전통보자기나 한지박스 등에 포장해 담아 드리면 예의가 있어 보인다.

선물할 대상이 가족일 경우에는 연령에 관계 없이 상품권 또는 현금도 좋은 선물이다. 매년 명절을 앞두고 실시되는 설문조사에서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상품권과 현금이 늘 1, 2위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식료품 세트 어떻게 고를까♣

깔끔하고 화려한 포장만 보고 선물을 구매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특히 신선식품으로 만든 선물세트의 경우 신선도, 맛, 가격 대비 품질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청과물=설 차례상에 가장 많이 쓰이는 과일은 사과와 배다. 사과는 꼭지가 빠지거나 갈라지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한다. 껍질은 손가락으로 튕겨봤을 때 맑은 소리가 날 정도의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 사과 본래의 색이 잘 살아 있어야 하며 지나치게 윤기가 많은 것보다 적당한 것이 맛있다.

배는 모양이 둥글고 표면이 매끄러운 것이 좋다. 만져봤을 때 단단하고 껍질이 얇을수록 맛있다. 배꼽 부분은 넓고 깊을수록 씨방이 작아 과육이 많다. 설에 유통되는 사과, 배의 대부분은 가을에 따서 냉장 창고 등에 저장해 놓은 것이다. 신선하게 먹으려면 바로 냉장보관하는 게 좋다. 요즘 같은 날씨에 베란다 등에 내놓으면 기온에 따라 얼고 녹으면서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

곶감은 지나치게 무르거나 딱딱하지 않고 곶감 특유의 색깔이 선명하게 살아 있는 것이 좋다. 국내산의 경우 표면에 하얀 가루가 알맞게 있으며 꼭지 부위에 껍질이 아주 적게 붙어 있다. 반면 표면에 하얀 가루가 아주 많거나 적고 꼭지 부분에 껍질이 많이 붙어 있을 경우 중국산일 확률이 높다.

◆축산물=최근 구제역 여파로 인해 쇠고기를 고르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쇠고기는 선홍색을 띠는 것을 사야 한다. 표면에 검붉은 빛이 약간 있더라도 절단면의 색이 붉고 윤기가 나면 큰 이상이 없다. 갈비찜의 경우 지방이 잘 제거돼 있는 것을 골라야 요리를 했을 경우 느끼한 맛을 줄일 수 있다. 보신 선물로 인기를 끄는 꼬리'우족'사골 등은 대부분 냉동제품이기 때문에 상태를 잘 살펴봐야 한다. 뼈를 자른 면이 투명하고 약간 선홍빛을 띠면 좋은 제품이다. 단면이 검붉은 색을 띠면 냉동 보관된 기간이 긴 것으로 봐야 한다.

◆수산물=수산물은 신선도가 생명이다. 눈이 선명한지, 전체적으로 살에 윤기가 흐르는지, 아가미색이 선홍색을 띠고 있는지, 비린내가 많이 나지 않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굴비는 비늘이 촘촘히 잘 붙어 있고 상처가 없어야 하며 머리가 둥글고 두툼한 것이 좋다. 한 두름으로 묶여 있을 경우 각각의 크기가 일정해야 한다. 특히 굴비는 값싼 중국산이 비싼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원산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산 참조기는 머리 부분과 몸체 사이에 움푹 파인 굴곡이 있으며 입술은 붉은 색, 배 부분은 황금색을 띠고 있다.

멸치는 쓰임새에 따라 선택하는 기준이 다르다. 볶음용 작은 멸치는 흰색이 나고 밝은 빛이 도는 것이 맛있다. 조림용 중간멸치, 맛국물용 대멸치는 황금빛이 밝게 나는 것을 선택해야 담백한 맛이 잘 우러난다. 전체적으로는 짜지 않고 은근한 단맛이나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좋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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