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케이블 방송국의 가수 발굴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2'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 열풍이 뮤지컬로 옮겨 가고 있다. 스테디셀러 뮤지컬 '그리스'가 이런 방식을 원용한 독특한 방식의 배우 오디션을 도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대한민국 NO.1 뮤지컬 아이돌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슈퍼스타K'가 가수 발굴 프로젝트였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연기자와 가수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제까지 뮤지컬 제작사나 연예기획사에서 전문가 중심으로 진행되던 기존의 오디션 방식과 달리 '슈퍼스타 K'처럼 관객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하게 된다.
특이한 것은 단순 오디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뮤지컬 공연을 통해 최종 승자를 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류전형 및 노래와 춤을 중심으로 한 1'2차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합격자들은 8주간의 뮤지컬 트레이닝과 연습과정을 거친 후 4월부터는 실제 '그리스' 공연 무대에 서게 된다. 80여 회의 공연에서 연기력과 가창력을 평가받게 되고 전문가와 관객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공연장과 온라인에서 24시간 투표심사를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리고 최종 선발자들에게는 음반발매와 가수데뷔의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오디션 과정과 연습, 실제 공연 장면 등 전 과정은 온'오프 라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오디션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먼저 뮤지컬 배우의 인적 인프라 확대라는 의미가 있다. 뮤지컬 시장으로 진출하는 아이돌 출신 스타들의 높은 출연료와 과당경쟁에 대한 대안으로 '스타 캐스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스타를 직접 키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슈퍼스타K'의 후광효과를 노리는 제작사의 홍보, 마케팅 전략도 숨어있다. 관객이 직접 심사에 참여하는 '슈퍼스타 K'의 심사방식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케이블 TV로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뮤지컬의 수용자인 관객들이 직'간접적인 참여를 통해 스타를 발굴하고 직접 스타 만들기 프로젝트에 동참한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인 문화체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킬앤 하이드', '드림걸즈'의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와 인기 걸그룹 카라와 레인보우의 음반을 제작한 연예매니지먼트 전문제작사 DSP미디어가 공동으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더욱 기대치를 높이는 것은 '그리스'라는 작품 자체가 이미 스타 등용문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1천 회 이상의 공연을 이어오는 동안 이선균, 오만석, 엄기준, 홍지민 등이 이 작품을 거쳤으며 강지환, 김무열, 김주원, 지현우 등도 '그리스'의 대니 역으로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지금도 TV 브라운관과 스크린, 그리고 뮤지컬을 오가며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뮤지컬계에서 인정받은 스타성과 연기력을 바탕으로 뮤지컬 마니아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에게도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뮤지컬 무대에서도 '그리스' 출신의 실력파 배우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라디오 스타'의 송용진, '올슉업'의 조정석, '미녀는 괴로워'의 윤공주, '즐거운 인생'의 이영미 등 뮤지컬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많은 배우들이 '그리스'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가지는 한계도 있다. 뮤지컬계나 가요계 두 장르 다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실력과 끼를 두루 갖춘 가능성 있는 스타를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과연 짧은 기간의 훈련과 실전을 통해 연기력과 가창력을 겸비한 스타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남는다. 어쨌든 이번 실험의 성공 여부를 뮤지컬계나 가요계 모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될 것이다.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이러한 새로운 오디션 방식은 스타 발굴에 갈증을 느껴온 두 업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뮤지컬계의 '허각'은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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