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게 좋았을 뿐 수필을 쓴다는 건 관심도 없었고 쓸 줄도 몰랐어요. 일기나 편지를 쓰면서 그 안에 제 마음을 담아 시를 써보기는 했지만 그게 다였지요."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발행되는 종합문예지 문장(文章)을 통해 수필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정영주(대구시 중구 동인1가) 씨. 그녀의 작품 '페이지 터너'(연주자를 위해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는 드러나지 않지만 소중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이 잘 투영되어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정 씨는 3남매의 엄마이자 친정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일을 도우며 성실히 살아가는 주부다. 그녀는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이면 어김없이 책을 펼친다. 그녀의 책사랑은 10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맏딸로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보다는 가업을 많이 도와야 했다. 어느 날 집안일을 돕다가 가게 앞에 버려진 시집 한 권을 주워 읽게 됐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듯 시의 매력은 대단했다. 그 후로 시와 책은 그녀의 친구가 되었다. 게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꾸준히 신문을 보면서 책과의 우정은 더욱 깊어졌다.
그녀의 어릴 적 꿈은 약사였다. 약사라는 직업이 편하고 여유 있어 보였고 종일 책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녀는 '시사랑'이라는 잡지를 오랫동안 정기 구독할 정도로 시에 심취했다. 그러던 중 2008년 여름, 우연히 집 근처 도서관에서 열린 수필 무료 강좌를 신청하고, 식당의 바쁜 시간을 쪼개어 공부를 시작한 것이 수필을 쓰게 된 동기였다. 그녀의 글쓰기는 일기와 편지쓰기로 시작됐다. 다독과 글쓰기는 결국 그녀를 수필가로 거듭나게 했다. 그녀는 공부하기를 즐긴다. 유년시절에 공부할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 늘 후회로 남았기 때문이다. 배움의 간절함이 컸던 20대 중반, 중학교 검정고시 경북지역 수석합격에 이어 고등과정도 합격했다. 지금도 그녀는 기타와 다도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내달 2월, 다도 수료가 끝나면 강사 자격증을 받는다.
그녀는 "수상소식을 전하자 어머니는 '책을 좋아하더니 글을 쓰게 됐구나'하며 기뻐하셨고 아이들도 신기하다며 좋아했어요. 무엇보다 3남매에게 희망을 선물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녀의 글감은 가족과 친구, 이웃 이야기로 소박하지만 진솔함이 가득 배어있다. 등단 후 글 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그녀. 이제는 책도 더 많이 읽고 더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꿈은 당차다. 앞으로 힘없고 무지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겠다는 포부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하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일흔이 넘도록 힘든 식당일을 하시는 어머니를 편하게 못해드려 죄스럽고, 11살 막내아들이 또래들과는 달리 엄마가 힘들까봐 떼쓰는 일도 없어서 대견하지만 마음이 아프다. "3남매가 지금처럼 건강하고 밝게 자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잘 해나간다면 가장 큰 행복일 것"이라며 훗날 찻집여인이 되어 차를 우려내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자신을 꿈꾸고 있다.
글. 사진: 최영화 시민기자(chyoha618@hanmail.net)
멘토: 우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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