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일반인들에게 다소 낯선 기관이다. 하지만 음식점이나 전통시장, 대형 유통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산' '중국산' 등 농림축산물의 원산지 표시제를 관리하고 단속하는 기관이라면 고개를 끄떡거린다. 설연휴를 앞두고 품질관리원은 '대목'을 맞았다. 이달 14일부터 원산지 표시 일제 단속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백종호(51) 원장의 고민은 깊어 보였다. "식당까지 원산지 표시가 확대되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가격 차이가 있다 보니 아직 값싼 수입 농산물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설 연휴까지 특별사법경찰 1천100명과 명예감시원 3천 명을 투입해 철저히 단속할 예정입니다."
1984년 경북대학교 농학과를 졸업한 그는 그해 제20회 기술고시에 합격한 뒤 27년째 농식품부에서 일하고 있다. 소득정책과장, 식량유통과장, 농가소득안정추진단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농식품부 통상협력과, 식물검역소 국제검역협력과 근무를 하면서 외국과의 협상 중요성에 눈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수입이 거의 안 되는 대부분의 외국 과일과 채소는 관세보다는 검역이 문제입니다. 세계적 추세인 FTA를 통해 관세가 낮아지더라도 수입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언젠가 체결될 한·중 FTA에서도 비관세 장벽인 검역이 중국산 농산물의 수입 규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겁니다."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는 국가적 재난사태로 확산된 '구제역'으로 이어졌다. "과수와 함께 대구경북 농업의 큰 축인 축산업이 위기에 처해 걱정이 큽니다. 앞으로 상시 방역체계가 가동돼야 되겠지만 우리가 중국처럼 구제역 상시 발생국이 되면 중국 축산물 수입을 막을 수가 없다는 점이 진짜 큰 문제입니다. 지금까지는 우리는 구제역 청정지역이라는 이유로 중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막을 수 있었거든요."
그가 평생을 농업행정 분야에 몸담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른다. "대구농림고를 나와 공직생활을 하신 선친의 영향이 적지 않았습니다. 고향 고령에서 농사를 짓지는 않았지만 (선친께서는)어릴 때부터 농사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셨거든요. 그래서 저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선가 그의 장래 희망은 귀농(歸農)이다. 가족들로부터 약속도 받아뒀다. "어디가 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공직에서 물러나면 시골에서 살 작정입니다. 고향이 아니더라도, 지리적 위치는 그다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은퇴 후 농촌만의 여유로움을 찾아 귀농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훨씬 늘지 않을까 싶습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2012년 말쯤 김천시 남면, 농소면 일대에 조성 중인 혁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이다. 부지 매입은 끝났고 기본설계중이다. "저희뿐 아니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식물검역원, 국립종자원 등 4개 농업 관련 기관이 한꺼번에 김천으로 갑니다. 그렇게 되면 경북이 국내 농업의 메카가 될 수 있습니다. 지역 농업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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