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로야구 용병, 검증된 선수 선호…삼성, 카도쿠라로 선회

'스펙이냐, 국내무대 적응이 우선이냐.'

프로야구 8개 구단의 외국인선수(용병) 퍼즐 맞추기가 마무리단계다. 지난 시즌 1~3위를 차지한 SK, 삼성,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은 일찌감치 두 명의 용병 영입을 끝낸 상황. 지난해처럼 투수가 대세지만 각 구단의 용병 영입에는 '검증'이라는 안정권 기류가 흐르고 있다. 각 구단이 화려한 스펙을 지닌 새로운 선수보다 한국 무대에서 검증된 '구관'을 영입하고 있는 것.

최근 몇 년간 용병 재미(?)를 못 봤던 삼성 라이온즈는 타선 보강차원에서 메이저리그 출신 라이언 가코를 영입, 화끈한 공격야구에 시동을 걸기로 했다. 나머지 한 자리는 SK에서 방출된 투수 카도쿠라 켄이 유력하다. 용병 영입에 신중을 거듭한 삼성이 가도쿠라에 손짓을 보낸 건 그의 국내무대 적응력을 후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 시즌 투수 프란시스코 크루세타, 브랜든 나이트와 재계약했으나 국내 타자들을 압도할 정교함을 갖추지 못한 탓에 결별했다. 시즌 도중에는 나이트의 부상공백을 메우려 메이저리그 통산 37승57패, 평균자책점 4.95의 팀 레딩을 영입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역대 용병 가운데 톱클래스에 꼽힐 만큼의 빅 리그 경력을 갖췄지만 레딩은 한국에서 쓴맛만 봤다.

이에 삼성은 국내적응이 쉬운 일본 쪽으로 눈을 돌렸고, 가네무라 사토루를 낙점했지만 뜻밖의 이상 징후가 발견돼 가도쿠라로 급선회했다. 가도쿠라가 무릎 이상으로 SK와 재계약을 맺지 못했지만 삼성은 국내에서 두 시즌(22승)을 뛴 그의 경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경험만으로 무조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한국무대에 적응해 자기 기량을 발휘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타 구단의 속내 역시 다르지 않다. 현재까지 계약을 마친 외국인 선수 13명 중 5명이 국내 경험 소유자다. 개리 글로버(SK), 라이언 사도스키(롯데), 아퀼리노 로페즈(KIA), 훌리오 데폴라(한화)는 기존 팀의 선택을 받았고 브랜든 나이트(넥센)는 유니폼을 바꿔 입고 국내무대에 서게 됐다. 이들 가운데 특급 용병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시즌 사도스키가 10승(8패) 고지에 올랐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큰 활약을 못했다. 데폴라(6승12패 평균자책점 4.58)와 글로버(6승8패 평균자책점 5.66), 나이트(6승5패 평균자책점 4.54) 등은 지난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퇴출감이지만, 한국 야구에 연착륙했다는 경험과 기량이 검증돼 높은 점수를 얻었다. 로페즈 역시 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공을 세웠지만 지난 시즌엔 4승10패로 부진했다. 더욱이 불펜 난조로 승리가 날아갈 땐 화를 참지 못해 더그아웃에서 난동을 부리는 등 팀 분위기를 해쳤지만 KIA는 로페즈만한 용병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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