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맛있고 담백한 기업이다.'
대구 북구 노원 3가에 자리한 풍국면을 둘러보며 느낀 점이다. 최익진(49) 대표가 그랬고, 직원들이 그랬고, 밀가루와 물만을 사용해 국수를 만드는 공정이 그랬다. 특히 73년간이나 흔들림 없이 대구를 지켜온 풍국면의 역사가 잔잔히 전해졌다.
◆일등 위생
고희(古稀)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활기차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다'는 정직한 경영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매출로 따져보면 5천만 한국 국민들이 1년에 두 끼는 풍국면에서 생산한 국수를 먹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위생과 품질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20일 오전 찾은 풍국면은 100% 청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공장 입구부터 청결, 비청결 구간으로 구분돼 있었다. 청결(국수 생산라인) 지역은 위생모, 위생복은 물론이고 전신에어방, 손소독기를 거쳐야만 출입이 가능했다. 이와 함께 세균모니터링을 실시, 최상의 위생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원료인 밀가루 역시 제분회사에서 탱크로리로 바로 입고돼 중간 단계의 잡음이 끼지 않는다. 특히 업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터치식 자동화 시스템으로 '위생'과 '품질'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었다. "화면에 모든 공정과정이 보이고 즉시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1%의 비위생도 파고들 여지가 없습니다."
올해초 3억원을 들여 새로 갖춘 진공 반죽기는 위생과 맛, 질을 더욱 높이고 있다.
국내 최초 위생OPP 사용, 대형 및 중소형 자동포장 시스템 도입, 고급면류 생산, HACCP인증 획득 컨설팅 등 한 시도 위생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손점수 품질관리팀장은 "진공 반죽기는 위생과 함께 반죽 시 밀가루의 수분을 빼주는 역할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국수 밀도를 더욱 높여 졸깃한 면발을 뽑을 수 있다"며 "특히 문을 열면 기계가 자동제어 되기 때문에 안전도 보장된다"고 말했다.
◆일등 품질
풍국면의 자동화 공정 시스템 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건조실이다. 은은한 밀가루 냄새가 묻어났다. 이곳은 반죽기→롤러→절삭기를 통해 수백 수천 갈래로 잘린 국수가 모이는 곳. 예비건조, 본건조, 마무리, 냉각 등 모두 4단계 건조과정을 거친다. "풍국면 국수의 맛의 비법이 숨어 있는 곳이 바로 이곳 건조실입니다."
체인이행 자동 건조 시스템에 걸린 국수가 춤추듯 앞뒤로 움직이면서 면발 한올한올이 고르고 일정하게 말린다는 것. 자동으로 건조실의 온도, 습도를 유지하는 제어기도 풍국면의 자존심이다. 2003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데다 시스템을 갖춘 곳도 전국에서 단 3곳뿐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풍국면은 품질을 높이기 위해 쉼 없이 전진하고 있다.
일반국수(맛국수, 맛칼국수)는 물론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는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고급 밀가루를 사용한 다복면을 개발, 전국에 판매하고 있다. 이런 노력 결과 풍국면은 자체 브랜드 외에도 CJ제일제당, 샘표식품, 대한제분, ㈜우리밀, 원주농협 등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와 E-MART, COSTCO 등 대형 할인점, 삼성에버랜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시스템 등 국내 대표 식자재 회사에 국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일등 경영
몇 번의 설득이 있었다. "자랑할 게 하나도 없다. 남들이 보면 욕한다"며 끝까지 인터뷰를 거절했다. 무작정 사업장을 찾아 몇 잔의 커피와 대화가 오가니 서서히 말문을 열었다. 알고 보니 최 대표는 삼성그룹과 증권사를 거쳤고 NBA 학위까지 소지한 엘리트였다. "국수를 만들다 보니 단순해 졌다"고 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있었고 인간미가 넘쳤다. 외국인 근로자가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정평나 있는 게 소문만은 아니었던 것.
정년 없는 고용은 최 대표의 소신. 풍국면 최고령 직원이 73세일 정도로 본인 의사가 없으면 회사를 그만두게 하지 않는다. "스스로 나가지 않는다면 내보내지 않습니다." 병역특례업체로도 지정돼 신구 조화가 잘 맞는 것도 풍국면의 장점이다. 살을 맞대고 일하는 까닭에 청년들은 예의범절을 배우고 어른들은 신세대 감각을 익힌다.
최 대표는 농업에도 관심이 많다. 무엇보다 쌀 소비가 느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베트남 쌈인 라이스 페이퍼의 국내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최 대표는 "농업은 산업의 근간이자 버팀목"이라며 "쌀 소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 풍국면(http://pkmyeon.hosting.paran.com)은?
㈜풍국면은 1933년 3월 18일 대구시 중구 대신동에서 창립한 이후 건면 생산업체로 지속적인 기술 및 상품개발을 통해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지역 장수기업이다. 일반국수(맛국수, 맛칼국수)는 물론 고급 밀가루를 사용한 다복면 등 전국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택배 주문(356-4461)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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