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금융 질서 개편을 위해 '큰 기침'을 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달러 중심의 세계 통화 체제를 '과거의 유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통화 정책이 글로벌 유동성과 자본 흐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록 덩치는 크지만 아직 자본주의 걸음마 단계인 중국이 세계 통화의 변방에서 중심부로 발을 들여놓겠다고 하니 지구촌이 술렁일 만하다.
그러나 중국 경제 수준으로 봐서 이 정도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데일 조젠슨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이미 지난해에 2020년대 초반이면 중국 경제 규모가 미국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도 중국 위안화가 향후 20년 안에 기축(基軸)통화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기축통화는 국가 간 금융 거래 결제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통화를 말하며 국제 중심 통화(key currency)라고도 한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통화 가치가 안정돼야 하며, 수요 공급이 원활하고 매개 통화로서 교환성이 높아야 한다. 2차대전 이후 이런 기능을 수행할 통화는 미국 달러뿐이었다. 그런데 세계적인 통화가 되려면 돈을 함부로 찍어서는 안 된다. 자칫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처럼 휴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찍은 돈의 액수만큼 금(金)을 보유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1974년 닉슨 대통령이 돌연 금 본위 정책을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달러는 금과의 연결 고리를 끊고 미 연방제도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발권 규모가 정해지게 된다. 당연히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결정적인 사건이 2008년 터진 월스트리트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엄청난 종류의 금융 파생상품이 유령처럼 세계를 강타했다. 막대한 규모의 공적 자금 투입으로 미국 경제 파탄을 막았지만 지금도 세계 금융은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중국. 2조 4천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외환 보유고를 앞세워 달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꾸준히 금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의 금 보유량은 1천54t으로 세계 5위다. 1위인 미국의 8천여t에 비하면 아직 미미하지만 올해 2천t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중국 위안화(貨)는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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