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도는 얼어 터졌지, 냉골 방안은 더 추우니…"

산골 홀몸노인들 힘겨운 겨울나기

김천에 사는 배복남 할머니가 혹한으로 인한 동파사고로 물이 나오지 않는 수도꼭지를 돌려보고 있다. 배 할머니가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이웃에서 물을 길어오고 있다. 박용우기자
김천에 사는 배복남 할머니가 혹한으로 인한 동파사고로 물이 나오지 않는 수도꼭지를 돌려보고 있다. 배 할머니가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이웃에서 물을 길어오고 있다. 박용우기자

"날씨도 추운데 수돗물까지 나오지 않으니…."

김천에 사는 배복남(82) 할머니는 한파로 5일째 수돗물 관로가 얼어 물이 나오지 않아 이웃에서 물을 길어 밥을 짓고 있다. 또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집에 설치된 기름보일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전기장판으로 난방을 해결하고 있다. 배 할머니는 "동 직원들이 방문해 물을 길어주기도 하지만 올해 겨울은 추위로 고생하고 있다"면서 "자식 집도 형편이 어려워 짐이 될까봐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혼자 살려니 너무 힘겹다"고 말했다.

올겨울 한파로 홀몸노인이나 결손가정, 산골 주민들이 예년에 비해 더욱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수도관이 얼어 수돗물이 나오지 않거나, 식수원이 얼어 식수난을 겪고 있는데다 기름값 폭등으로 제대로 된 난방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천시에 따르면 최근 -10℃ 이하의 혹한을 기록하면서 수돗물 계량기 고장과 수도관로 동파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이달 16일 이전에는 수돗물 동파사고가 10여 건에 불과했지만 한파가 몰아친 16, 17일에는 100여 건의 수돗물 단수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관로 동파 등으로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지역은 중산층이 거주하는 지역보다는 홀몸노인 가구 등에 몰리고 있다. 김천시 상하수과 한 직원은 "동파사고 신고를 받으면 곧바로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업무량 폭주로 어려움이 많다"며 "그나마 도심 급수지역은 조치가 빠른 편이지만 외딴집이나 간이상수도 구역은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시 이현윤 주민생활지원과장은 "노인들이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수도꼭지를 완전히 닫아 오히려 동파 사고가 잦다"면서 "설이 다가오고 있지만 구제역 파동에다 공동모금회 비리사건 등의 여파로 온정의 손길이 예전같지 않은 만큼 이웃이나 봉사단체 등에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파가 연일 계속되면서 영양지역 일부 산골 주민들은 식수로 사용하던 하천물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심각한 식수난을 겪고 있다.

영양지역은 최근 3일 동안 평균 기온이 -11.5도로 마을 간이상수도가 얼어붙고 계량기 동파사고 등이 잇따라 생활용수 공급에 애를 먹고 있다. 간이상수도를 설치해 계곡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영양군 청기면 행화리 행전마을 20가구 50여 명과 일월면 오리리 교회마을 15가구 40여 명 등 35가구 90여 명의 주민들은 최근 한파로 하천이 얼어붙어 식수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매일 소방차 급수에 의존하며 벌써 20여 일째 힘겨운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주민 김순하(64·여) 씨는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빨래는 물론 씻지도 못하고 있고 겨우 소방차로 식수를 공급받아 생활하고 있다"면서 "물 때문에 온 동네가 난리"라고 말했다.

임정재 영양군 상하수도 담당은 "산간마을 간이상수도는 하천물이 얼어붙어 사용할 수 없어 소방차로 비상급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천·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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