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구제역 불안감에 휩싸였다. 시민들은 한우와 돼지고기 먹기를 꺼리는 대신 생선류를 밥상에 자주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구제역 발생경로와 구제역 걸린 소, 돼지고기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과학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구제역에 걸린 소고기를 잘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구제역 어떤 병인가?
구제역은 소, 돼지 등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가축에만 발생하며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 바이러스다. 구제역 감염 경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람이나 차량 이동, 야생 동물 등 접촉에 의해 감염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염된 동물은 고열이 나고 입과 발굽·유방 등에 물집(수포)이 생기고 다량의 침을 흘리는 증상을 나타낸다. 또 식욕 부진 증상과 다리를 질질 끄는 행동을 보이다가 죽게 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폐사율이 5∼55%에 이른다. 구제역은 원래 유럽에 이어 남미와 동남아 국가에서 발생했으나 수년 전부터 필리핀과 대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로 급속히 확산됐다.
외국에서는 야생동물도 구제역에 걸린 사례가 있기 때문에 야생동물도 구제역에 안전한 동물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1~6월 발생 대상지인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구제역에 걸리거나 전염시킨 사례를 현재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구제역 사태 확산으로 정부가 소에만 백신을 접종시킨 것은 소가 돼지보다 감염 전파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소는 바이러스가 10개 정도만 있어도 구제역에 걸리지만 돼지는 800∼1천 개 정도의 바이러스가 있어야 감염된다"고 설명했다.
◆익혀 먹으면 괜찮아
구제역 사태 이후 육류 판매량이 급감했다. 한우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30% 이상 매출이 감소했고 미국산과 호주산 등 수입 소고기가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 또 구제역 확산 이후 도축장 폐쇄로 돼지 도축량이 줄어들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른 것도 소비자들이 국산 돼지고기를 외면하는 이유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9일 돼지고기 평균 경매가는 1㎏에 6천137원으로 지난달 평균 가격(3천872원)보다 58.4%가량 올랐다.
한 대형마트 육류코너 관계자는 "구제역에 걸린 고기가 판매되는 것도 아닌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수입 고기는 괜찮은데 국산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한해서만 소비 심리가 많이 위축된 것 같다"고 걱정했다.
구제역에 대한 시민 불안감은 설문 조사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장조사전문기관 트렌드모니터가 이달 7일부터 12일 동안 전국의 1천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제역 관련 설문 조사결과 580명(45.5%)이 '구제역으로 인해 본인이나 가족이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제역에 걸린 소고기를 잘 익혀 먹으면 인체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경북대 수의대 김기석 교수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50℃에서 30여분, 75도에서 6초만 가열해도 소멸된다. 구제역으로 세상이 소란스럽다 보니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구제역이 공기로 인한 비접촉 감염이라기보다 사람이나 차량의 이동 등을 통해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그는 "구제역은 사람이나 물건 등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 퍼지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해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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