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한나라당 일부의 개헌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가 나설 일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결론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도 20일 "개헌 논의가 자꾸 나오는데 이를 놓고 갈등할 게 아니라 한나라당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국민 다수가 개헌에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개헌 드라이브를 건다고 해도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개헌에 관심이 없는데다 정치권에서조차 계파마다 입장이 다른데 개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참모들의 입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개헌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쳤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이 대통령은 2009년 8·15 경축사 등을 통해 행정구역·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통치·권력구조를 손대는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다른 한 관계자는 "참모들과 대통령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개헌 등 정치 이야기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신년사에 개헌 문제는 제외할 것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침묵 이유로 레임덕에 대한 우려를 꼽기도 한다. 개헌 논의가 확산되면서 공정사회 실현 등 집권 4년차에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야할 주요 국정과제들이 추동력을 잃게 되고 결국 레임덕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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