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선이 조기에 과열되는 것은 나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18년 장기독재를 한 박정희는 이 나라 군사독재의 원흉이고, 당시 이 나라는 세계에 부끄러운 독재국가였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동지회 신년인사회 자리였다.
김 전 대통령의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다분히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19일 한 특강에서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독재투쟁'의 동지였던 김 전 대통령과 이 장관 등이 박 전 대표의 대선행보 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연말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한 뒤 대선행보를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이 장관은 현 시점에서는 개헌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여권 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분권형 개헌론을 거듭 주장하면서 공론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사실상 개헌 논란을 통해 박 전 대표 측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대선구도를 뒤흔들어 보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고 박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한 뒤 "제가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뒤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해 한국 민주주의의 암덩어리를 전광석화처럼 잘라냈다. 저는 군사 쿠데타가 최대의 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나라에서 군사 쿠데타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박정희 시대'에 대해서는 이 장관의 언급도 김 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장관은 19일 국립암센터에서 가진 특강에서 "군사정권이 3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돈과 총칼로 지배했다"며 "이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반대자와는 무조건 싸워야 하는 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같은 당 안에서도 경선에서 지면 흔쾌하게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이게 하나의 풍토처럼 돼 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언급에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진 박 전 대표의 이후 행보를 겨냥한 것으로 비치면서 한나라당 안팎의 친박계가 발끈하기도 했다. 이에 이 장관 측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내 구의원들이 경선해놓고 승복하지 않는 일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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