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재의 행복칼럼] 호랑이

많은 민족들이 자기 조상은 호랑이나 곰이라고 말한다. 이런 생각은 아마도 힘센 것, 덩치가 큰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무의식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맹수들에 잡아먹히는 동물들은 자신들이 힘이 없어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것들의 바람은 힘이 세지고 덩치가 커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인간들 중에도 돈이 없어 불행하다거나, 못생겨서 살맛이 없다거나, 또는 권력이 미약해서 고통받는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같다.

대기업의 가족들 중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고, 인기 있고 예쁜 배우들이 자살하고, 전직 대통령이 자살하는 광경을 보면서도 아직도 어리석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노라면 정말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호랑이는 멸종된 지 오래다. 사자와의 전쟁에서 죽은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잡아 구이나 탕을 해 먹은 것도 아니다. 한반도의 독수리도 멸종돼 간다고 한다. 독수리도 주민들이 백숙이나 회를 해먹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죽어 가고 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에서 그놈들을 보호한다고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사자, 코뿔소, 코끼리 등이 멸종돼 간다고 환경보호론자들은 걱정이 태산과 같다. 이런 맹수들이 왜 멸종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중국의 왕양명은 인생을 현명하게 살려거든 격물치지하라고 했다. 즉 사물의 변화에서 진리를 찾으라고 했다. 맹수들은 저보다 힘이 더 센 사람들이나 천재지변 때문에 죽는 것보다는 자기보다 훨씬 작은 미생물 때문에 죽는 경우가 더 많다. 미생물 중 대표적인 것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다.

이것들은 너무 작아서 현미경으로 보아야 되는 아주 작은 생명체이다. 크기도 작을 뿐만 아니라 힘도 없고 움직임도 매우 느리다. 하지만 맹수는 물론 사람들도 이런 작고 보잘것없는 미생물의 밥이 되어 죽어간다. 사람의 경우 중세기에는 페스트에 죽었고, 요즘도 독감이나 콜레라, 장티푸스 등의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죽어간다. 지금도 한반도의 소와 돼지, 그리고 닭이나 오리가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런 자연의 법칙을 관찰해 보면 인간의 불행은 덩치가 작거나 못생기거나, 돈과 권력이 없어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원인은 딴 곳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불행의 원인을 잘못 짚어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에 힘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을 맹수 잡아먹는 미생물이라고 한 번 생각해보라. 당신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권영재 대구의료원 신경정신과 과장·서구정신보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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