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그림] 프란시스 알뤼스 작-'Re-enactments'

프란시스 알뤼스 작-'Re-enactments' (재제정, 2채널 비디오, 5분 20초)

이 영상 작품은 작가가 멕시코시티의 한 무기판매점에서 권총을 구입해 들고 나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치 무슨 일을 낼 사람처럼 헐렁한 복장에 선글라스를 끼고 장전된 총을 손에 든 채 나와 곧바로 시가를 활보한다. 그 모습을 알아챈 행인들은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무관심하게 쳐다보기도 하지만 아무도 제지하거나 개입하려는 사람은 없다.

이 행위가 지속되는 동안 화면에는 시간의 경과를 알리는 숫자가 숨 가쁘게 지나간다. 누군가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들에 체포되기까지는 꽤 오래 걸린 듯하다. 무장한 경찰들이 총을 겨누며 작가를 제압하여 연행하는 장면은 실로 극적인 클라이맥스다. 이 작품은 5분여짜리 짧은 영상이지만 지켜보는 내내 긴장을 멈출 수 없다. 암시하는 내용은 굳이 어떤 설명이 없더라도 현대 도시의 한 단면을 비추고 있음을 누구나 깊이 공감한다. 아무 말도 않으면서 많은 것을 전달하는 방식이 더욱 인상적이다.

알뤼스의 비디오는 대개 자신의 행위를 기록한 것이다. 거기엔 연출과 실제가 뒤섞여 있다. 그리고 영상 속의 그는 언제나 걷고 있으며 그것도 가난한 동네 주위를 늘 얼쩡거린다. 이웃의 삶을 비추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점이 항상 마음을 울린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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