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년간 인류는(적어도 선진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의 경우)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해 왔다. 하지만 이는 이기적 성장에 불과했다. 유한한 지구 자원을 '얼마나 빨리,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의 경쟁을 벌였을 뿐이다.
2005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56.6%)이 하루 2.5달러 이하로 살아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어린이 13명 중 1명이 채 5살이 되기도 전에 숨진다. 22개 극빈국의 경우, 이 비율은 7명 중 한 명꼴로 훨씬 심각하다. 일단 부를 일군 뒤에 이를 나눠가지는 것은 가능할까?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하루 1달러 이하로 사는 극빈층 10억 명의 빈곤퇴치를 위해 쓰인 돈은 100달러어치의 성장 중 0.6달러에 불과했다. '지독스럽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기적 성장이다.
그렇다면 이미 부자인 나라들의 행복지수는 더 높아졌을까? OECD 국가들의 경우, 소득계층간 불균형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고,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년 혹은 40년 전에 비해 조금도 행복해지거나 만족스러워지지 않았다'는 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영국 정부는 2010년까지 어린이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포기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경제적 성장은 누굴 위한 것일까? 경제적 불균형만 심화하고, 부자 나라 국민들이 더 행복해지지도 않는데 말이다. 문제는 경제 성장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지구 생태계마저 위태로워졌다는 점이다. 유엔에 따르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2008년 기준)는 387ppm으로 지난 ■65만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구가 중환자실로 옮겨가야할 형편이다.
영국의 '뉴이코노믹스파운데이션'(nef)이 발표한 자료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려있다. 미국의 교수이자 작가인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저서 '문명의 붕괴'에서 이스터섬에 대해 쓴 내용이다. '이스터섬은 모아이(moai)라는 거대 석상으로 유명하다. 짐작건대 모아이는 이스터섬 부족들 사이에 지위 경쟁용으로 세워졌던 것 같다. 17세기 초 이스터섬 문화가 절정에 이르렀고, 그때 가장 큰 모아이가 세워졌다. 모아이 건설은 운송 및 에너지를 위해 특히 목재가 많이 필요했다. 1650년 이스터섬의 마지막 나무가 베어졌다. 1722년 유럽인들이 도착했을 때 이스터섬 사람들은 전쟁과 인육 쟁탈 등으로 급격히 멸망하고 있었다.'
2009년 발표한 nef의 행복지구지수(HPI 2.0)에서 상위 30위권은 중남미와 동남아 국가들이 차지했다. 지구의 자원을 이기적으로 고갈시키고 있는 선진국들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기아와 질병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아프리카 빈국들은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한국은 중간쯤인 68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국의 행복지구지수는 차츰 악화되고 있다. 1990년과 2000년, 2005년을 비교했을 때 한국의 기대수명은 70.8세에서 75.3세, 77.9세로 높아졌지만 삶의 만족도는 6.7에서 6.1과 6.3으로 떨어졌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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