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욱일승천의 기세다. 연초에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제히 40%의 지지율을 넘어섰다. 게다가 전 지역, 계층, 세대에서의 치우침 없는 지지는 더욱 빛을 발한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이런 폭넓은 지지를 누렸던 이가 박근혜 말고 누가 있었던가. 때문에 고만고만한 지지율을 얻기에도 숨이 벅찬 잠룡들이 여의주를 품을 일은 현재로서 별반 상상되지 않는다. 정직과 신뢰, 절제와 과단성은 제왕학의 고전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치세의 덕목이다. 박근혜 지지의 원천은 이 같은 그의 덕목 때문이라는 평가 또한 가히 부당하지 않다.
그렇지만 개명된 시대의 지도자로서 그가 걷어내야 할 지지세 이면의 그림자 또한 옅지 않다. 우선 아버지의 공(功)은 치켜세우되 과(過)에는 침묵하는 그의 역사관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독재자의 딸로 그를 몰아세우는 반대자들의 연좌제식 비난은 치졸하기 그지없다. 마찬가지로 쿠데타와 유신을 여전히 시대적 소명으로 추념하는 그의 신념도 용인하기 어렵다.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허물을 감싸는 것은 응당 인륜의 도리이다. 동시에 역사적 인물의 대과(大過)와 결별하는 것 또한 공인의 처세다.
또 한 가지. 대선을 향해 전열을 갖추고 있는 박근혜 대오에 과거 세력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고문 그룹, 아버지 인맥 등으로 회자되는 인물들이 그렇다. 이들은 유신과 5공을 풍미했거나 민주화 시대와 조화롭지 못한 군상들이다. 배후인맥이라는 것은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도 있지만 지도자의 눈과 귀를 멀게 만드는 맹점도 도드라진다. 과거 세력과 함께 가는 미래의 청사진이 밝겠는가. 만사는 인사에서 비롯된다는 금언을 곱씹을 일이다.
마지막 하나. 박근혜는 지나치게 말을 아낀다. 때문에 요동치는 정국에 세상의 눈들은 그의 입만을 쳐다보기 일쑤다. 그리고 그의 절제된 한 마디는 정국을 일거에 반전시킨다. 동시에 그는 수첩공주로 불린다. 정책적 이해와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은유적 비판이다. 절제와 부족, 어느 쪽이 그의 진면목인가. 말을 아끼는 것과 쟁점을 회피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흔히 말하듯 정치인은 이미지가 아닌 정책으로 호소해야 한다. 그래서 궁금하다. 4대강과 무상급식, 종합편성채널 선정과 민간인 사찰에 박근혜는 어떤 정책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박근혜는 진정성의 정치인이다. 이러한 그의 매력은 과거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한나라당을 구해냈다. 또한 현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는데에서도 야당의 투쟁보다 종종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이제는 이로부터 얻은 지지율 이면의 그림자를 걷어낼 차례다. 시대정신과 부합하는 역사관과 인적 자산과 정책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지로 쌓아올린 아성은 홀연 신기루로 사라질지 모른다. 그리고 욱일승천의 도정은 이제 시작이고 정국을 요동시킬 뇌관들이 험로에 도사리고 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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