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장난기

불투명한 미래가 두렵다. 하는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삶이 혼란스럽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때 종교를 가지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는 유혹이 족집게 점쟁이를 찾는 일이다. 미래를 예측해 주고 자신의 가려운 데를 긁어 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새해의 운세를 알아보기 위해 점쟁이를 장난기로 찾은 이들은 마음의 위로를 얻었는가? 온갖 잡다한 영을 통하여 운명을 점쳐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듯 그곳에라도 의지하려고 한 이라면 영들에 의지하면 할수록, 결국은 자신의 삶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불안으로 몰아넣지 않았는가 되돌아보자.

국내 뮤지컬 사상 최고의 히트작인 '넌센스'가 20대 위주로 출연진들의 연령대를 확 낮춰 1월 22일과 23일 대구에서 공연됐다. '넌센스'는 세상에서 가장 근엄하고 웃음조차 없을 것 같은 수녀 5명이 좌충우돌 소동을 벌이면서 수녀복을 입은 채로 마음껏 노래와 춤으로 개인기를 발휘하고 끼를 발산하면서 관객들에게 폭소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가수 가인이 몽골을 방문, 화장끼 없는 모습으로 말과 낙타를 타고 있는 사진을 자신의 미니 홈피에 공개했다." "연구실 문이 열리고 장난끼 가득해 보이는 얼굴의 곱슬머리 의사가 고개를 내밀었다." "땀이 말라 얼굴과 손에서 소금끼가 묻어 나온다."

앞서의 예시된 문장에 나오는 '화장끼' '장난끼' '소금끼'는 '화장기' '장난기' '소금기'의 잘못으로 '-기'와 '-끼'를 혼동하지 말자.

'장난기'(장난하는 기분) '바람기'(조금 느껴지는 바람의 기운이나 이성에게 쉬이 끌리는 들뜬 성질) '소금기'(어떤 물질이나 음식에 포함되어 있는 소금 성분) 등에 나오는 '기'(氣)는 기운, 느낌, 성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며 '시장기' '기름기' '화장기' 등으로도 쓰인다.

'끼'는 연예에 대한 재능이나 소질을 이르거나, 이성과 함부로 사귀거나 관계를 맺는 경향이나 태도를 뜻한다. "노래에 관한 끼가 다분하다." "끼 있는 여자." 등으로 활용된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걷고 있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치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배려'라는 책에 나온 내용이다.

남에게 비록 어리석게 보였으나 등불은 누구도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배려였다. 남에게서 좋은 기운을 얻으려고만 하지 말고 상대를 위해 등불을 밝히는 사람, 배려할 줄 아는 당신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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