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하면 돈 번다는 소리, 다 옛말입니다."
대구 수성구 중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주 종업원 2명을 해고했다. 대신 아내를 주유소로 불러 들였다. 차량에 기름을 넣는 권맨(?)을 시켜 한 푼의 운영비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A씨는 "기름값이 오르면 기름 수요가 줄고 주유소 간 경쟁이 치열해져 적자를 면하기 힘들다"며 "인건비라도 줄일 요량이 아니면 사업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고유가 탓에 동네 주유소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1원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는 알뜰 고객들이 늘어나 주유소 간 경쟁이 불붙는데다 실질 마진이 줄어드는 대신 카드 수수료는 그 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최근 '기름값을 잡는다'며 대형마트 주유소 운영 규제를 풀고 있어 주유소 업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보통 휘발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지난해 10월 10일 이후 이달 20일까지 100여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 100일 간 보통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708.86원에서 1천825.26원으로 116.4원(6.81%)이나 올랐다. 하루에 전국 휘발유 가격이 1ℓ에 평균 1.16원씩 계속 오른 셈이다.
3년 전 고유가 시절 일반 주유소를 셀프 주유소로 전환한 B(45)씨는 고유가는 '독'이라고 말했다. 주유소는 카드 수수료가 1.5%로 고정돼 있는 탓에 유가가 오를수록 액면상 매출 증대 효과를 낳아 마진을 갉아먹는다는 것. B씨는 "기름값이 올라 셀프 주유소를 찾는 고객은 늘어났지만 실제 정유사 공급가와 판매가는 거의 차이가 없다"며 "셀프주유소 역시 아르바이트생을 최소한 한두 명은 써야 되는데 인건비 남기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유가 특수를 누리는 셀프 주유소 벌이가 이 정도인데 일반 주유소는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반주유소에 비해 ℓ당 50∼70원가량 싼 대형마트 주유소도 동네 주유소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24일 한국석유공사와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의 마트 주유소는 신세계 이마트(기흥·통영·포항·구미·군산) 5곳, 농협 하나로클럽(양재·성남·고양) 3곳, 롯데마트(수지·구미) 2곳 등 모두 10곳.
그러나 정부가 지난달 광역시 이상 대형마트 주유소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그간 규제와 여론으로 막혀 있던 '통큰 주유소' 설립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북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51) 씨는 "정부의 서민물가 안정 대책 일환으로 나온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방안이 오히려 서민인 주유소 업자들을 길바닥으로 내몰고 있다"며 "대형마트가 주유소를 하면 앉아서 망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주유소 불황에 탱크로리(배달차량)차량마저 속속 사라지고 있다. 난방용 기름값이 크게 뛰어 전열 난방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 도명화 대구주유소협회 사무국장은 "끝을 모르고 오르는 기름값에 서민들은 물론이고 주유소 업자들도 고통을 하소연하고 있다"며 "그러나 당분간 고유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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