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지구 재앙, 손가락 끝에 달렸다

소한·대한(小寒'大寒) 다 지났는데도 겨울 추위가 여간 매섭지 않다. 남쪽 바닷가 도시들까지 60여 년 만에 겪는 강추위라며 엄살이다. 기후학자들은 이게 다 지구 탓이 아니라 편하게 살자고 지구 자원을 펑펑 써버린 인류가 저지른 자업자득이라고 풀이한다. 속칭 지구 온난화는 북극의 빙하를 녹이고 북극의 찬바람을 팽창시켜 찬바람을 막아주던 제트기류를 밑으로 밀어낸다. 올겨울 한국의 겨울 날씨도 제트기류 띠가 제주도 해역 아래까지 처지면서 북극 바람에 밀려 들어온 탓이라는 게 기상청의 풀이다.

지난 100년간 지구 기온은 0.74℃ 상승했다고 한다. 한국은 두 배인 1.5도(度)가 올라갔다. 아직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인류 멸망이라는 재앙의 시초다. 이미 과'채소류 재배지 경계가 북상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대구 사과가 영천, 의성, 청송을 거쳐 영주 위쪽으로 계속 올라간 것도 벌써부터다. 0.74도만 올라도 자연환경이 그처럼 뒤집어지는데 만약 지구 기온이 2도 더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북극바다의 얼음들이 사라지면서 매년 30만 명의 인구가 기후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바닷속 산호는 전멸하며 10%의 생물이 멸종된다는 게 기후 생태계 학자들의 추정이다. 다시 4도 상승하면 해안 지역 인구 3억 명이 홍수 피해를 당하고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지역은 아프리카처럼 사막화가 시작돼 모래밭으로 바뀐다. 그 과정에서 50%의 생물이 멸종된다.

6도 상승하면? 전체 생물의 90%가 멸종되고 인간 활동은 티베트 고원 같은 고지대나 극(極)지방에 국한된다고 한다. 단 4~6도의 기온 상승이 가져오는 무서운 시나리오다. 공상 영화 속 얘기가 아니라 과학적인 실제 상황이다. 당장 제주도 지역의 겨울철 기온만 봐도 80년 전 1930년대는 평균 5.6도였으나 지금은 7도다. 1.4도가 상승했다. 그 결과 해수면 높이는 서귀포가 6㎜ 높아졌고 제주시는 5㎜ 높아졌다. 지구 전체 평균 1.8㎜보다 2~3배 더 높아진 셈이다. 온난화가 가속화될 때의 시뮬레이션을 보면 현재의 김해공항과 밀양공항 경쟁지 부산 가덕도도 머지않아 물속에 수장된다.

그동안 지구 전체 기온 상승치의 2배를 기록해온 한국으로서는 국토 개발 논의도 에너지 소비 패턴의 개혁 없이는 탁상공론인 셈이다. 의외의 현상은 또 있다.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량 조사를 보면 아파트가 1위(25.1%)고 그 다음 백화점과 상용건물, 네 번째가 의외로 모범적으로 아끼고 절제할 것 같은 대학가였다. 한국의 대학들은 서울대 5만t을 위시해 고대, 연대 순으로 76개 큰 대학에서만 92만t의 온실가스를 제멋대로 배출하고 있었다(2007년). 그러나 같은 시기, 미국 대학 총장들은 대학총장 기후변화위원회(ACUPCC)라는 기구를 앞장서 만들었다. 캠퍼스 내에서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구 온난화를 늦추자는 취지다.

기후 위기에 대한 대처 의식과 행동화도 역시 선진국이 더 빨랐던 것이다. 하버드 대학은 그보다도 5년 더 일찍 녹색캠퍼스 운동을 벌여 2만 7천t의 온실가스를 감축시켰다. 캠퍼스 내에 무공해 바이오 디젤 주유소를 설치해 학교 구내버스 연료로 활용, 탄소 배출을 줄였다. 역시 세계 최고 대학답게 지성적 소비행동으로 지구 환경 보호 개선을 선도해 나간 것이다. 아직도 캠퍼스 주차장에 자력 소득도 미미한 젊은 학생들의 승용차가 꽉 들어찬 한국 대학의 캠퍼스와는 대조적인 마인드 변화다.

뒤늦게나마 일부 한국 대학들도 자전거 타기, 전등 끄기, 식당 잔반 안 남기기, 컴퓨터 전원코드 뽑기 등 그린캠퍼스 운동을 시작하고 있지만 온난화 문제는 에너지 소비 4위인 대학가만의 캠페인으로는 실효가 떨어진다. 1위인 아파트, 다시 말해 절대 다수 국민들이 수돗물 전기 절약, 가전제품 전원 끄기, 쓰레기 처리 등 손끝으로 동참하는 캠페인이 뒤따라야만 후세들에게 재앙의 땅이 아닌 풍요의 땅과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 춥다고 난방열 낭비하고 그 낭비는 다시 온난화를 가져오고 온난화는 또 더 큰 추위를 가져오는 악순환의 고리 끊기는 결국 '마인드 변화'와 전원 스위치 제때 끄고 켜는 손가락 끝에 달렸다. 지구 재앙 예방, 의외로 쉽지 않은가?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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