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해적

청해부대 최영함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빈틈없는 소탕 작전으로 대한민국 해군의 위상을 드높이면서 천안함 피폭과 연평도 포격 사태 등으로 가라앉았던 분위기도 반전시켰다. '엔테베 특공 작전'에 비견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1974년 6월, 이스라엘 특수부대는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을 전광석화처럼 급습,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을 사살하고 이스라엘 인질 100여 명을 구출했는데 우리나라 해군 특수부대인 UDT 대원들도 이번에 인상적인 활약으로 세계 특공작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해적(海賊)은 해상 활동의 역사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주로 해상 무역이 활발한 바다가 무대였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보면 고대 이집트와 페니키아의 해상 교역 거점인 동지중해와 에게해 연안에서 해적이 성행했으며 로마 제국 시대에는 피지배 민족들이 지중해에서 해적 활동을 벌였다. 로마 멸망 이후에는 노르만족이 8세기부터 10세기에 걸쳐 스칸디나비아를 거점으로 유럽의 연안 지방에 대한 약탈을 일삼았다. 유명한 바이킹이다.

15세기와 16세기에 지중해에서 활동했던 이슬람 해적 '바르바로사'(붉은 수염) 형제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제독이었고 16세기 들어 영국의 해군 장수로 활약했던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스페인 상선의 재물을 빼앗는 해적이기도 했다. 17세기 들어 유럽 해역이 안정되자 실직 군인, 선원 등은 카리브 해로 옮겨가 해적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오랫동안 해적에 시달려왔다. 통일신라 때 당나라 해적과 왜구로부터 피해를 입자 장보고가 나서서 제압했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도 왜구의 끊임없는 침략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이번에 맹활약한 최영함은 고려 말 왜구 소탕에 공을 세웠던 명장 최영의 이름에서 따온 군함이다.

소말리아 해적은 1990년대 초 소말리아에 내전이 일어나자 생계에 압박을 느낀 어부와 범죄자 등에 의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국제 운송과 원양어업 등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삼호주얼리호 인질 구출 작전으로 성가를 높였지만 뒤이은 소말리아 해적들의 보복 위협은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제적인 공조를 강화해 소말리아 해적들을 소탕하고 인도양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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