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취한 400만원이 빌린 돈?"…간부동행 정황 수사

출입국사무소 관행 가능성

출입국 관리사무소 직원의 다문화가정 금품 갈취사건을 수사 중인 포항 북부경찰서는 24일 범행을 한 포항출장소 기간제 근로자(운전기사)가 범행 현장에 고위 간부와 함께 동행한 정황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포항출장소 측이 전담직원이 다쳐 어쩔 수 없이 고위직 간부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굳이 고위 간부가 동행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당시 기간제 직원에게 돈을 빼앗긴 다문화가정 피해자는 "고위간부가 상담을 마친 뒤 운전기사와 함께 나갔다"면서 "이후 10분 정도 지나 운전기사가 전화를 통해 돈을 요구했다"며 공모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직원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관행적이고 상습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직원을 해고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조직(출장소)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사법기관에 고발조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포항출장소 측은 "기간제 근로자(운전기사)의 단독소행"이라는 입장이다. 출장소 관계자는 "담당자를 해고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며 "한 달 이상이나 지난 일인데다 돈도 다 돌려줬는데 왜 자꾸 문제삼느냐"며 보도자제를 요청했다.

경찰은 포항출장소가 이번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도 적잖은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돈을 받은 뒤 말썽이 나자, 문제의 기간제 근로자는 다문화가정 피해자를 또다시 찾아 '확인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확인서 내용은 받은 400만원을 빌린 것으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기간제 근로자가 "포항출장소에는 나만 문제를 일으킨다. 내가 다치더라도 고위간부는 문제없어야지 당신들도 일을 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게 피해자의 증언이다.

그러나 포항출장소 관계자는 "정직원도 아닌 기간제 근로자의 잘못을 우리와 연결시키는 것이 불편하다"며 "대부분 직원이 다문화가정을 돕기 위해 열심히 일해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포항출장소 기간제 근로자가 고위 간부와 함께 울진에서 중국 여성과 결혼한 A씨 집을 방문해 부인의 비자발급을 미끼로 400만원을 받아 말썽을 빚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