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른농촌 희망찾기] 굳세어라 우순(牛順)아!

우리 민족은 위기 때마다 일치단결하여 어려움을 극복하였고 그 중심에 대구'경북이 서 있다. 6'25 전쟁의 승리계기를 잡은 것도 낙동강 방어전이며, 이 전투의 승리로 인천 상륙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고 이 나라를 지켜냈다. 대구에서 일어난 2'28학생의거가 마산의 3'15 부정선거 규탄시위로, 나아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켰다.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지만 낙동강에서는 방어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말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거의 재난 수준이다. 축산인'공무원'군인'경찰 등 약 50만 명의 인력이 방역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완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살처분'매몰된 가축은 소가 약 14만 마리, 돼지가 약 213만 마리에 이른다. 매몰된 소는 우리나라 전체 소의 약 4%, 돼지는 전체 돼지의 약 22% 수준이다. 엄동설한에 매몰'방역'이동제한, 소독을 하는 국민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방역작업을 하다 공무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이며, 군인도 1명 숨졌다. 방역작업 중 다친 부상자나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도 수십명이다. 살처분 보상과 지원에 들어간 예산만도 1조원을 넘어섰는데, 각종 행사 취소에 따른 경기침체나 소비위축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훨씬 크다.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나 백신작업이 마무리되면 구제역은 잡힐 것이다. 경북지역은 전국 소의 18%인 62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므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소를 살처분'매몰하고 망연자실해 있는 농가의 아픔에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희망을 가지시길 부탁드린다.

구제역 피해가 너무 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소'돼지 등 가축을 키우지 말고 전량 수입해서 먹자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온다. 한마디로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 민족은 소와 같이 살아온 민족이다. 소를 키우는 외양간을 집안에 두고 아침'저녁으로 소죽을 끓여주었다. 사람은 끼니를 걸러도 소 먹이는 거르지 않도록 신경 써 왔고, 낮에는 논밭에서 같이 일을 했다. 소가 늙으면 도축하였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리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소고기를 애용했다. 그래서 우리 소를 대한민국의 '한'(韓)가 들어가 '한우'(韓牛)라고 했다. 지난해 양돈협회에서 돼지에도 '한돈'(韓豚)이라 이름 지었지만 이 땅에 사는 동식물 중에 '한'자가 들어가는 것은 소밖에 없다. 그만큼 한우는 우리 민족의 정서이고 소중한 가축이다. 경제발전과 소득증가로 최근 소고기 소비량이 크게 늘어나, 지난해 1인당 소비량은 8.1kg으로 1970년의 1.2kg에 비해 거의 7배나 늘어났다. 농촌경제에서 차지하는 축산부문의 위상도 매우 높아 42조원의 농업생산액 중에서 축산부문이 40%를 차지할 정도이다. 세월이 흘러 한솥밥을 먹는 '식구'로서 한우의 위상은 많이 추락하였으나, 축산이 붕괴되면 농촌경제는 희망이 사라질지 모른다.

소 구제역 발생원인을 두고 서로 내탓 네탓을 하거나 일부 지역에서 주민 간에 갈등이 일어난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가 국경검역을 강화하고 이동통제와 소독강화, 관련 법령 개정 등 가축질병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 중에 있다. 공항과 항만을 철저히 검역하고 전문 인력과 조직을 늘리며 엄격한 방역 조치를 취해도 정부가 구제역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1천700만 명이 해외를 다녀올 정도로 해외여행자가 너무나 많다. 구제역 발생지역도 아시아'아프리카'남미'유럽 등 지구촌 전반이며, 지난해만도 39개 국가에서 발생했다.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책임의식으로 농가에서 1차 소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축질병을 방지하는 기본이다.

문제는 축산환경과 사육방식 개선이다. 밀집형 사육, 공장형 축산에서 탈피하여 사육공간 확보, 마릿수 제한, 주변환경 개선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소에 대한 인식도 재고해야 한다. 소도 사람과 함께 지구상에 살아가는 동물이므로 동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인식을 해야 된다. 유럽에서는 사육환경을 포함한 소의 복지까지 고려한 축산을 한다. 소도 살고 사람도 사는 상생축산이 필요하다.

대구'경북인이 낙동강 방어전을 지킨 것과 같이 낙동강을 사수하여 구제역에서부터 축산을 지키자. 축산인이여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 이땅의 한우들이여 죽지 말고 살아다오. 굳세어라 우순(牛順)아!

김재수(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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