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IT로 무장한, 최치원을 키워라

지역 명문대의 존재 여부가 지역사회의 경쟁력이다. 세계 최강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IT산업은 미 서부의 명문 스탠포드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미 동부의 금융산업은 하버드, MIT같은 명문대가 우수한 인재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국내 최대의 IT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이다. 수많은 IT벤처기업 CEO가 대구경북 출신이다. 세계 최정상의 반도체와 LCD, 통신장비를 만드는 기업의 임원급 책임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IT명문 대학들이 대구경북에 있다. 이런 환경을 감안하면 정보화 시대에 대구경북이 지향할 길은 '한국의 실리콘밸리'다.

대구경북의 파워가 예전 같지 못하다고 한다. 문제의 핵심은 인재양성이다. 대구경북 명문대들의 문제다. 강원도에 있는 민사고가 지방에 있다고 인재가 안 모이는 건 아니다. 지방대의 약점을 논하기보다는 지방 명문대가 국제화된 인재양성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지금 지역 최고 명문이라는 대학의 세계 대학 랭킹을 보면 450위, 국내 랭킹은 10위권의 한참 아래다. 더 한심한 것은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국제화 랭킹은 27위다. 전형적인 동네 골목대장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런 수준으로는 세계수준의 국내 IT기업에서 대구경북 대학 출신의 임원이 나오기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든든한 산업기반, 훌륭한 선배를 두고도 그 전통을 이어갈 인재를 못 기르고 있다. 지역사회와 지방정부는 세계적인 기업을 유치해도 모자랄 판에 국내 간판 IT기업이 첨단 공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게 내버려 두기까지 했다.

핵심은 인재다. 대구경북이 첨단 IT신공장에 필요한 인재를 충분히 공급할 능력이 있었다면 땅값 싸다고 공장을 옮길 리가 없다. 대학정원을 10분의 1로 줄여서라도 소수정예로 쓸 만한 사람을 키워야 한다. 일류 기업이 서로 데려가려는 인재가 나와야 성공한다. 처참하게 추락한 대구경북 명문대의 위상을 높이지 못한다면 대구경북의 경쟁력은 없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나서고, 대학이 나서고, 지역 출신 CEO가 나서면 못할 것도 없다. 지역사회의 파격적인 지원, 학교에 대한 채찍질, 제대로 된 산학 협동이 관건이다. 일류 기업 임원급 출향인사들을 초청해 한국의 초일류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어떤 수준인지 물어봐야 한다. 성공한 출향인사 중에서 고향과 후배들의 발전을 위한 인재양성의 고견을 듣고자 한다면 고속철 2시간 거리를 마다할 인사가 있을까?

국제화가 중요하다. 세계는 성장하는 거인 중국과 쇠락하는 거인 미국의 싸움판으로 가고 있다. 대구와 구미공단의 산업 공동화는 성장하는 거인, 중국 때문이다. 일등을 하는 방법은 상대를 모두 죽이고 왕관을 차지할 수도 있지만 아무도 안 간 길에 먼저 달려 나가는 것도 일등이다.

'중국이 미국 된다'는 책이 히트를 친 적이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에게 이미 중국은 미국이 되어 버렸다. 2003년 이후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 되었고 그 비중은 더 커지고 있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도 지난해 한국이 6%대의 성장과 29%대의 수출증가를 이룬 비결은 단 하나다. 중국의 옆 동네에 살면서 중국의 내수 확대에 필요한 중간재와 소비재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제조업이 거의 손상 받지 않은 중국의 향후 성장은 가속화되고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의 호황은 베트남특수, 중동특수보다 더 길고 클 가능성이 높다.

대구경북 주축산업인 핸드폰, LCD와 가전, 자동차부품, 그리고 철강의 최대 시장은 중국이다. 중국 전문인력의 수요가 모든 산업에서 폭증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중국전문 인력을 공급을 하는 곳은 없다.

1천200년 전 당나라 때 중국으로 유학한 '신라인 최치원'이 중국에서 큰 일을 냈다. 중국과 역사적 인연이 있는 대구경북의 경쟁력은 IT로 무장한,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를 잘 아는 국제화된 인력이다. 짧으면 10년, 길면 30년 내에 G1으로 등극할 중국에 맞서 IT로 무장한 중국 인재를 제대로 길러내면 대박이다.

매년 연초에 있는 대구경북 신년 교례회를 IT와 중국전문가로 성공한 출향 인재들을 초청하고 이들의 지식과 네트워크를 기부 받아 대구경북에 회귀시키는 플랫폼으로 바꾸면 어떨까? 섬유에서 일어섰다 IT로 배를 갈아탄 대구경북은 이제 IT에서 낙오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IT분야 인맥이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의 IT마피아'처럼, 세계 IT업계와 세계 최대 IT시장이 되어버린 중국을 쥐고 흔들, '한국판 실리콘밸리의 마피아' 육성이 필요하다.

전병서(중국경제금융센터 초빙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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