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25일 이번 구제역 의심축 첫 신고가 접수된 시점이 작년 11월 28일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경북도가축위생시험소는 검역원의 지시를 받고 부랴부랴 시료채취에 나섰다. 이날 자정쯤 김재경 씨 돈사에서 시료가 채취됐고 권기택 씨 돈사에선 이튿날인 29일 오전 2시쯤 채혈했다. 시료가 검역원에 보내진 시점은 29일 오전 5시가 넘어서였다. 항원(바이러스)검사에 들어간 검역원은 시료 접수 후 9시간 만인 이날 오후 2시에 첫 발표를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들이 구제역 발생을 정확하게 알게 된 시점은 작년 11월 29일이었다는 이야기다. 가축위생시험소가 자신들보다 6일이나 먼저 신고를 접수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지만 자신들은 보고를 받지 못해 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럼 시험소와 검역원은 그동안 각기 딴나라 검역기관이었는가. 소가 웃을 이야기다.
방역당국은 당시 검역원에 검사를 의뢰한 곳이 경북도가축위생시험소인 것처럼 말해 왔으나 그것마저도 이날 거짓으로 판명났다. 25일 농식품부와 검역원은 양돈농가로부터 직접 의뢰 받았다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보다 6일 전에 가축위생시험소는 모두 3농가로부터 4차례나 구제역 의심축 신고를 받았으나 모두 음성으로 판정, 결과적으로 구제역 조기 발견을 놓쳐 방역에 실패하고 전국 확산의 단초가 됐다는 설명이다. 당국이 알지 못하고 있던 그 사이 구제역 바이러스는 축분 수거차와 사료차, 수의사 등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 나간 인재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뒤늦은 차단 방역은 '사후약방문'이 됐고 안동시청 공무원 등 수많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한 엄청난 차단방역 노력이 그만 허사가 된 것이다.
특히 이번 구제역이 작년 11월 중순부터 가축에 증세가 나타나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당국의 발표는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확인된 공포의 기간인 6일보다 더 긴 약 보름여간의 방역공백이 있었다는 것이 된다. 그동안 베트남 구제역 유입 경로와 바이러스 매개체로 지목한 지역 양돈농가 3명은 어떻게 되는 건가. 가축위생시험소가 아니라고 해도 거듭된 의심축 신고를 잇따라 제기하며 구제역 발생 사실을 알려 준 이들에게 방역당국은 상을 주지는 못할 망정 바이러스 유입 매개체로 공개적으로 지목하고 모든 책임을 양축농가에다 씌우려 했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이제 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전국을 대재앙으로 몰고 간 이번 구제역 사태에 대해 당국은 일찌감치 의심신고를 받고도 묵살해 버렸다. 이 검역당국의 치명적인 실수는 간첩신고를 받고도 간첩을 놓쳐 버린 결과와 다름 아니기에 이번에는 결코 구렁이 담 넘듯 슬그머니 넘어 갈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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