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믹액션 가미한 '평양성' '조선명탐정' 퓨전사극 맞대결

'평양성'
'조선명탐정'

이번 주 잭 블랙의 '걸리버 여행기'와 액션 히어로 영화 '그린 호넷', 사극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 '평양성'이 각각 개봉하면서 본격적인 설 연휴 극장가 흥행 대결이 시작됐다. 할리우드의 액션, 코믹 블록버스터와 한국의 이색 퓨전 사극의 맞대결이다.

지난주 개봉된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와 함께 한국영화의 강세가 예상되지만, '걸리버 여행기'의 흥행돌풍이 예고되기도 한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코미디 배우 잭 블랙이 주연을 맡은 '걸리버 여행기'는 미국 뉴욕에서 남루한 삶을 살던 남자가 버뮤다삼각지대로 여행을 떠났다가 소인국에 표류한 뒤 겪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설 연휴 극장가는 코믹과 볼거리를 코드로 한 영화들이 강세를 보였다. 조선시대 명탐정의 활약상을 담은 '조선명탐정'과 고구려와 나-당 연합군의 싸움을 담은 '평양성'은 둘 다 웃음과 풍자를 덧입었다.

코믹한 사투리의 향연 '평양성'

코믹한 사투리로 삼국시대를 빗댄 '황산벌'의 후속작. 이번에는 황산벌을 떠나 고구려 평양성을 두고 삼국과 당나라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

백제가 망한 지 8년 후. 당나라는 신라군을 선봉 삼아 고구려 수도 평양성을 공격하지만 연개소문의 둘째 아들 남건(류승룡)이 이끄는 고구려군의 기세에 눌려 패전을 거듭한다. 하지만 연개소문의 장자 남생(윤제문)과 실권자인 남건 형제가 대립하면서 고구려는 내홍에 휩싸이고 권력싸움에서 패한 남생이 당에 귀순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삼국 통일의 절대적인 노른자인 고구려 평양성. 한반도 전체를 삼키려는 당나라의 야욕을 알아차린 김유신은 고구려와 연합작전을 계획한다. 그러나 고구려군의 비밀을 잘 아는 남생의 도움으로 당이 고구려 전력의 핵심 기마부대를 전멸시킨다. 당은 최후의 공격을 준비하고 고구려의 몰락을 예감한 신라군 사령관 김유신(정진영)은 곧 다가올 당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사투리 대결로 웃음을 주었던 '황산벌'에 이어, 이번에는 삼국통일의 혼란한 상황을 보여주듯 모든 팔도의 사투리가 등장한다. '거시기'의 이문식이 정감 어린 모습을 보여주고, 정진영이 잔꾀와 음흉함으로 가득 찬 능구렁이 김유신 역할을 맡았다.

투석기를 이용한 당의 공격이나 수백 개 화살을 한 번에 쏘아 보낼 수 있는 고구려 신무기 등이 선보이고 꿀과 꿀벌을 이용해 적군을 공략하는 등 코믹한 액션이 가미됐다. 지나치게 가벼움으로 일관하다 보니 웃음이 겉도는 아쉬움이 있다. 러닝타임 117분. 12세 관람가.

코믹과 액션으로 버무린 '조선명탐정'

조선 후기 정조 16년. 공납 비리를 간파한 정조는 조선 제일의 명탐정(김명민)에게 사건 배후를 찾으라는 밀명을 내린다. 수사 첫날부터 자객의 습격을 받은 명탐정은 개장수 서필(오달수)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서필과 함께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인 각시투구꽃을 찾아 적성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조선의 상단을 주름잡고 있는 한 객주(한지민)를 만나 공납과 관련된 비리 여부를 캐묻는다.

명탐정은 한 객주와의 만남을 통해 사건의 배후에 노론의 영수인 임 판서(이재용)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증거 확보 작전에 돌입한다.

'조선 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은 김탁환의 원작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영화화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2006)를 연출했던 김석윤 감독은 원작의 골격만 남기고 코미디로 살을 채웠다.

그동안 진지하고 묵직한 캐릭터를 소화했던 김명민은 작정이라도 한 듯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여차하면 삽십육계 줄행랑을 놓는 비겁한 캐릭터. 허술하지만 근본은 착하고 정의로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음란서생' '방자전' 등에서 주연을 능가할 만한 조연의 위력을 보여준 오달수의 재치 어린 대사와 표정연기도 영화의 맛을 더하고 한지민은 섹시하면서 지고지순한 조선 여인을 보여준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시트콤적인 요소와 맛깔 나는 신조어들이 영화를 즐기는 재미를 더한다. 액션과 코믹함으로 무장한 전형적인 오락영화다. 러닝타임 115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객원기자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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