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숙지지 않는 전·의경 구타 등 가혹행위

경찰관 해임 등 고강도 처방, 약발 받을지 주목

전·의경 부대의 구타·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부대를 이탈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구타·가혹행위로 부대 해체가 결정된 강원경찰청 소속 307전경대의 사례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경찰에 따르면 이 부대 소속인 A(20) 이경 등 6명은 동기와 대화는 물론 눈동자도 돌리지 못했다. 이름 대신 욕설로 자신을 불러도 관등성명을 대야 했다. 전·의경 대원들은 부대에서 후임병을 상대로 한 선임병의 구타·가혹 행위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실토하고 있다. 2009년 12월 경북 울진경찰서에서 전경대원으로 전입한 B씨가 선임병들에게 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비장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앞서 2008년 7월에는 제주 동부경찰서 112타격대 소속 C씨가 부대 세면장에서 속칭 '원산폭격' 등 얼차려를 받던 중 선임병들이 목 뒷부분을 발로 밟아 목뼈가 부러져 하반신이 마비됐고, 최근에는 전경으로 복무하던 아들이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리다 불치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는 한 네티즌의 글이 인터넷에 퍼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경찰청이 26일 서울과 경기, 인천, 대전, 충남 등 5개 지방청에서 부대 전입 6개월 미만의 전·의경 2천600여 명을 상대로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190여 명이 구타·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신고했을 정도다. 그러나 부대 내에서 은폐한 사건까지 포함한다면 구타·가혹행위는 비일비재하다는 게 전·의경 출신들의 얘기다. 지난해 8월 전경부대를 제대했다는 김모(26) 씨는 "외근 근무를 할 때 군기를 잡는다거나 심지어 재미로 후임병들을 때리는 경우도 빈번했다"며 "최근 들어 구타는 많이 줄었지만 오히려 가혹행위는 더 많아지는 추세여서 이를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경찰 지휘관들에 대한 징계나 지휘감독 강화는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의경 구타 및 가혹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폭력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려는 전·의경 대원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것.

허경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후임시절 당한 만큼 갚아주지 않으면 질서가 서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학습과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전의경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자신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강원지방청 소속 307전경대 구타·가혹사건과 관련, 전경대장 등 부대 지휘요원 5명을 파면 또는 해임하고 형사 책임을 묻는 등 고강도 처방을 내려 향후 구타·가혹 행위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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