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 호남 민심 얻으려다 되레…

한나라당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또 안상수 대표다. 이번에는 광주에서다. 26일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박성효 정두언 정운천 최고위원, 심재철 정책위의장, 원희룡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함께 했다. 올 들어 첫 현장 방문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약점지역 민심 얻기 차원에서였다.

선물보따리를 많이 풀었다. 광주를 고향이라고 밝힌 정두언 최고위원은 여수엑스포, 여수산업단지 진입도로, 광주 첨단산업단지, 여수공항 확장, 광주은행 민영화 문제, 한국거래소 상품거래본부 광주 설립 등 호남권 숙원사업을 조목조목 들었다. 호남 몫으로 최고위원에 지명된 정운천 최고위원도 "다음 총선에는 우리 호남이 한나라당의 블루오션이 되고, 지역장벽을 뛰어넘어서 화합과 통합의 새 시대를 여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도 적극적으로 호남 껴안기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때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됐다. 안 대표가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었던 고(故) 박관현 씨 묘소 앞에서 묵념하고 묘비를 쓰다듬는 과정에서 상석(床石·무덤 앞에 제물을 차려놓기 위해 돌로 만든 상)에 발을 딛고 올라선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사진이 인터넷에 나돌자 5·18 유족회 등 4개 단체는 "안 대표의 행위는 숭고한 5월 영령에 대한 큰 결례이며, 정부 여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바른 행동이 결코 아니다. 크게 뉘우치라"고 성명서를 냈고 민주당 등 야당도 안 대표의 공개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왼쪽 어깨가 매우 불편한 안 대표가 비석에 오른손만 올렸으나 관리소장이 두 손으로 추모를 하라고 해서 불편한 어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까이 가게 됐다"고 밝혔다. 추모의 마음에는 한 치의 소홀함도 없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