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44)달성피부과 손재경 원장 부부 들메꽃

한국인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는 '빨리빨리 문화'다. 식사할 때는 더욱 심하다. 식사주문과 동시에 독촉 주문을 함께한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지고 있다. 식사하면서 마음껏 대화하면서 서로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달성피부과의원 손재경(58)'김인주 원장 부부는 차(茶) 애호가다. 지인들과 모임에는 차를 마시며 담소하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늘 중요한 손님을 접대할 때는 '들메꽃'을 선택한다. 이 부부는 "처음에 찻집으로 시작했을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식으로 식사할 수 있는 보기드문 곳"이라고 소개한다. 그 인연으로 함께 일하는 의원 가족들이 회식을 즐길 때는 어김없이 들메꽃을 찾는다.

'들메꽃'. 이름이 정겹다. 들과 산(뫼)과 꽃이란 뜻이다. 간판의 글씨도 이색적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무언지 형언하기 어렵지만, 색다름을 느끼게 된다. "아, 대구에도 이런 곳이 있었던가?" 부드러운 나무 재질로 이루어진 편안한 실내장식, 소박한 조명,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달성피부과의원 손 원장 부부는 '들메꽃' 마니아다. 손 원장은 "주인의 정성이 밴 특별한 음식과 좋은 차를 즐기며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식탁마다 예쁜 그릇에 앙증맞은 들꽃 한 송이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공간 하나 소홀함이 없는 안주인의 소담스런 감각을 보여준다.

들메꽃은 문을 연 지 8년째다. 처음 1년 동안은 전통 차(茶) 전문집으로 운영됐다. 차를 마시러 오시는 손님들이 식사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보고 윤명이(51) 사장이 몇 차례 음식을 대접한 후부터 식사요청이 밀려 들었다. 주인의 손맛 때문이었다. 윤 사장은 "차와 음식, 두 가지를 함께하기는 어려웠지만 손님들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식사와 차를 함께하는 음식점으로 변신했다"고 말한다. 들메꽃의 음식은 한결같이 주인의 손길이 배여 있다. 정성이 느껴진다. 우아하다. 짙은 조미료의 맛보다 음식재료 그 자체로 은은한 맛을 살린다.

윤 사장은 이 같은 음식의 특성에 대해 '맑은 음식'이라고 표현한다. 주요메뉴는 '들메 연밥'과 '들메 비빔밥'이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마죽'이 먼저 선보인다. 입에 착 감긴다. 죽은 호박죽 등 철따라 다르게 제공한다. 도시락처럼 사각으로 둘러싼 연잎밥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조심스럽게 연잎을 펼치면 약식 같은 오색찬란한 현미 잡곡밥이 연잎 속에 숨어있다. 빨리 맛보고 싶다. 밥알 하나하나에 연향이 스며들어 있다. 혀끝으로도 연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달성피부과의원 김지혜 간호사는 "연잎의 향긋함에다 영양 잡곡밥이 잘 어우러져 있어 건강식 이라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들메꽃의 식단에는 고기가 없다. 반찬은 톳나물과 두부의 만남, 꽁치조림, 새송이와 브로콜리, 올리브, 버섯과 각종 나물류, 제주도 무 장아찌, 기장 미역, 울릉도산 세발이 나물 등 한결같이 자연식이다. 콩고물 무침 냉이국은 시원한 맛의 극치다. 모든 재료는 윤 사장의 시댁인 경남 거창군 가조에서 재배한 친환경 무농약, 유기농산물이다.

들메 비빔밥에는 계절따라 일곱 가지 나물이 들어간다. 울릉도 산부지깽이나물, 제주 무, 고사리, 도라지, 표고버섯, 파래김 등이다. 고추장 없이 천연조미료를 사용해서 비벼 먹는 그 담백함에 끌린다. 황애정 간호실장은 "조미료를 넣지 않아 참맛을 느낄 수 있다"며 맛을 평가한다. 오윤미 코디네이트는 "고향 집과 같은 푸근한 분위기에 마음이 끌린다"고 말한다. 식사의 마지막 순서는 들깨죽으로 장식한다.

모든 식사는 주방에서 일하는 윤 사장의 손을 거쳐야 한다. 손님접대는 초창기부터 일해온 강 팀장이 맡는다. 후덕한 인상에 단골손님들의 입맛을 거의 다 기억하고 있다. 윤 사장은 "우리 집 직원들은 모두 초창기부터 일해온 가족"이라며 "까다로운 내 성격에 잘 적응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빠트리지 않는다.

식사코스에 나오는 다양한 그릇과 소품, 차 종류를 판매도 한다. 들메 밥상은 식사와 차를 포함한 가격이다. 들메 비빔밥 1만2천원, 들메 연밥 1만5천원. 차만 마시면 1인당 7천원. 매주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예약 053)652-5432.

##추천 메뉴-보이차

들메꽃은 밥만 먹고 가는 음식점이 아니다. 식사 후 본격적인 차의 향연이 시작된다. 차 우려내는 과정을 직접 내 손으로 해보는 재미도 짜릿하다. 서툴면 윤명이 사장이 직접 시범을 보여준다. 들메꽃의 식사시간은 전혀 바쁘지 않다. 모두 2~3시간씩 느긋하게 차와 담소를 즐긴다.

윤 사장이 추천하는 차는 보이차다. 먼저 차 물을 데우는 양초가 켜진다. 보기에도 좋은 다양한 다식이 등장한다. 쫄깃쫄깃한 고구마와 생강, 꿀 대추, 하얀 분이 솟아난 곶감, 볶은 콩, 때로는 구운 마늘도 선보인다. 노릿하게 구워진 떡가래 구이는 고소한 맛과 쫄깃한 맛이 어울려 별미의 극치다. 깔끔한 후식은 끝없이 입맛을 유혹한다. 전통 중국산 보이차는 차분하게 내려앉은 들메꽃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달성피부과의원 손재경 원장은 "전통 보이차는 다섯 가지 맛을 낸다"고 소개한다. 바깥에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영하 날씨지만, 들메꽃 안에서 보이차의 은근한 맛을 즐기는 손님들의 모습은 여유롭고 행복하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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