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1위 호텔' 인터불고호텔

서비스에 한계란 없다 365일, 진심으로 고객과 호흡

인터불고호텔 직원들은 친절교육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인터불고호텔 직원들은 친절교육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장진익 사장의 왼쪽 가슴에 이름표가 선명하다.
장진익 사장의 왼쪽 가슴에 이름표가 선명하다. "고객의 만족까지 책임진다"는 의미라는 게 장 사장의 설명이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서비스의 가치는 무한하다. 쉽게 말해 서비스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만 받게 되면 하루 종일 기분 좋은 것'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더 쉽게 말해 매일 아침 출근해 '안녕'을 묻는 부하 직원, 혹은 상사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를 기억하는지. '서비스 정신의 결과'로 연결하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예뻐보이지 않는가. 은연 중 우리는 '문안 인사와 간단한 립서비스'를 쉽게 여기면서도 이에 대한 강한 호감과 폭발적 반응을 표현하고 있다. 서비스에 한계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상대의 기호에 맞춰 미리 준비된 서비스라면 '감동'으로 이어진다. '고맙다'라는 답례에서부터 '전 재산을 내놓을 정도'의 감동까지로 바뀌는 게 바로 서비스의 힘이다.

서비스를 파는 호텔도 그렇기에 엄연한 기업이며 비전을 보이는 곳이다. 종합 서비스 기업이라 자칭하는 호텔은 연매출 300억원을 넘나드는 중소기업이다. 연회, 예식 등 음식과 결부된 사업이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결코 '대형식당'으로 분류되지 않는 것도 '서비스 마인드'가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음식 제조는 기본. 연회의 정점인 연회 분위기 형성까지 책임져야 하는 게 호텔의 역할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서비스를 판다. '대충'이라는 말은 '고객서비스 목록'에 없다. '충성'은 있다.

◆'대구'의 인터불고호텔

아무리 '충성'을 얘기해도 지난해는 힘들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호텔업계 정면에 들이닥쳤다. 대놓고 말해 '대구 1위 호텔'이라 자부하는 인터불고호텔의 지난해 매출은 250억원. 숙박 수입이 한 달에 5억원이 채 못된 경우도 있었다. 숙박률 50% 이하, 연회와 예식에서 그나마 선전한 덕분이었다. 시쳇말로 바닥을 기었다.

그렇다고 이 호텔, 지난해 매출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단기간 승부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365일 24시간 종합 서비스 선물세트'를 추구하는 호텔의 태생적 지향점이 있어서였다.

올해를 기회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세계국제육상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가 시작만 기다리고 있다. 호텔은 '혼자 잘 나갈 수' 없는 구조. 인터불고호텔은 대구의 경기 흐름세에 맞춰 발걸음을 새기고 있었다. 호텔은 개인 소유가 아닌 도시의 흥망과 함께 간다는 말에 무게감이 실렸다. '대구시에 기여하는 정도'는 인터불고호텔의 자부심으로 박혀 있었다. 그래서 대구의 경제 회복에 더 사활을 걸고 있었다.

◆제자리를 좁혀서라도…

이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구석구석마다 '1등 서비스에 대한 자족'은 없었다. 대신 '우리가 나갈 길은 많다'는 고객 서비스를 향한 '블루오션 개척 정신'은 곳곳에 배어 있었다. '먼저 웃자'는 표어는 각 사무실 출입문에 붙어 있었다. 대구 달서구청이 제창한 '깨끗하고, 친절하고, 맛있는'의 뜻인 '깨친맛' 구호도 내걸었다. 배울 것은 배우고, 벤치마킹할 것을 찾아가 배우자는 의미에서였다. 또 좋은 구호에는 내남없이 실천이 뒤따라야한다는 원칙도 숨어있었다.

인터불고호텔은 철저히 고객 중심이었다. 국내사업부 성희구 회장의 집무실은 원룸 크기(20㎡)에 불과했다. 책을 쌓아둘 곳이 없어 집무실 바닥에도 책이 깔려 있었다. 사회적 명성이나 지위, 그리고 위엄은 집무실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올해 1월 말까지 권영호 회장의 집무실이 총무부 모퉁이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그 옆자리는 장진익 사장의 자리였다. 100㎡ 남짓한 사무실 모퉁이에서 얼핏 봐 '사장님 좌석'을 알아채기란 힘들었다.

◆호텔리어는 '무면허 정신과 의사'

지난해 매출액이 기대 이하에 머물렀어도 조바심을 내지않는 인터불고호텔의 마인드는 '고객'이 기저에 있기 때문이었다. 장진익 사장은 "돈을 벌려고 달려들면 얼마든 벌 수 있다"며 "하지만 대구 기간산업을 자부하는 인터불고호텔의 마인드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손을 내저었다.

장 사장은 "호텔은 단기적으로 뜨내기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니다. 무엇보다 호텔은 단순히 '잠자는 곳'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편안히 쉴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는 의무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200명 남짓한 호텔 조직 구성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1등은 맞지만 갈 길은 멀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서비스에 한계는 없다는 마인드였다. 심지어 이들은 우스갯소리로 '국가 공인 자격증'이 없기에 '무면허 정신과 의사'라고 자부할 정도였다.

국가 공인 자격증은 아니지만 고객의 마음을 읽고 듣는 노하우는 완숙미에서 나온다. 인터불고호텔이 "젊은 패기도 중요하지만 노련한 이들의 가치를 크게 산다"는 것도 '완숙미의 중요성' 때문. 서비스에서 최고의 덕목은 '진심'이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진정한 서비스란 고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이며, 진심어린 태도는 고객을 감동시켜 다시 고객의 발걸음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가격으로 고객을 유치해 흑자를 이어가는 것은 기업 생리상, 그리고 인간 본성상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게 '이 기업'의 판단이었다. 플러스 손익분기점과 거침없는 우상향 매출 그래프를 기대하는 기업 분석가의 측면에서 인터불고호텔은 분명 이상하다. 이에 대해 장 사장은 "말 그대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우리 호텔에 와서 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답을 멀리서 구하려해서는 안된다"는 답을 내놨다.

◆'서비스'는 모셔와야

지난해 75세까지 일하다 체력이 달려 도저히 일하기 힘들다는 정원사가 그만둔 것, 65세 도어맨도 아직도 일하는 것, 인터불고호텔에 고령의 직원들이 적잖은 것도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진심'을 상품으로 내놓는 종업원을 인터불고호텔이 산 셈이었다. 통상 호텔업계에서는 55세 정도의 정년이 있지만 인터불고호텔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본인들이 원하면 정년을 연장해준다. 다만 임금을 조금씩 낮춘다. 일하는 시간도 줄이기 때문. 그렇다고 급여를 확 낮추진 않는다. 정년이 찬 만큼 서비스 마인드도 꽉 차 있다는 것이다.

장 사장의 말이 더 걸작이다. 장 사장은 "이들은 전문가다. 고객과 호흡하는 법은 강의를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체득해야 하는 것이다. 더 많은 돈을 줘서라도 '서비스 마인드'는 모셔와야 한다"고 했다. 초창기 적응이 힘들어 이직률이 높은 호텔의 특성상 10년 이상 한 곳에서 일한다는 건 드물다는 점에서 '장수 일꾼'은 인터불고호텔의 희한한 현상이기도 하다. 효율적 경영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임금을 많이 주는 직원은 정리 대상에 속하겠지만 서비스업에서, 특히 인터불고호텔에서는 틀린 말이었다. 단골고객에서 충성고객으로 바뀌는 순간, 그 화룡점정은 '고객 감동 서비스'에서 나온다는 게 인터불고호텔의 '원칙'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점을 찍는 이들은 '뼛속까지' 서비스 마인드로 차있는 고령의 직원들이었다.

◆'책임'의 이름표

고객의 마음이 우선이다보니 구성원들은 호텔 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 '탤런트'가 된다. '호텔리어'라는 역할에 몰입해야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한결같이 인사와 웃는 얼굴을 강조하다보니 바깥에서는 매너 좋은 사람들로 정평이 나 있다고 자부했다.

프런트 데스크를 담당하고 있는 이정미(30·여) 씨는 "밖에서 안 좋은 일을 직장에 갖고 와서는 곤란하다. 더 웃도록 훈련한다"며 "더 나은 고객맞이를 위해 아침마다 노래도 부른다. 송대관의 '해뜰날'은 대표적 출근송"이라고 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서비스 마인드를 되새겨야하는 직원들은 그래서 가슴에 붙은 이름표가 더 중요했다. 심지어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있는 장 사장의 왼쪽 가슴에도 이름표는 어김없이 붙어 있었다. '책임진다'는 뜻이라고 했다. 40년 경력의 호텔리어는 자신의 경력을 인터불고호텔에서 매조지려 했다. 길게 말하지 않았다.

"제 이름을 걸고 고객을 맞이합니다. 서비스는 '말'로 하는 게 아닙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고사성어는 호텔업에서 좌표와 같아요."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인터불고호텔은?

1.진급은? 사원-캡틴-주임-계장-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

2.연봉은? 첫 급여는 연봉 1천700만원선. 2년마다 승급 기회가 있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할 경우 16년만에 임원이 될 수도 있다.

3.복리후생은?

가족들을 위한 복지가 많다. 전 직원에서 연 1회 객실무료이용권 1장과 2인 조식뷔페 무료식사권 지급. 평생직장을 실현하기 위해 직장보육시설,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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