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 육상 강국을 가다] (8) 미국의 육상 국가대표 훈련장

100m '10초내 선수'만 35명…국가대표 선발전 '바늘 구멍'

(사진) 미국은 훌륭한 육상 코치가 많아 세계 육상 최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출라 비스타 올림픽 트레이닝 센터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사진) 미국은 훌륭한 육상 코치가 많아 세계 육상 최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출라 비스타 올림픽 트레이닝 센터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미국은 세계 육상 최강국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단거리 종목에서 자메이카에 참패를 당하긴 했지만 육상 전체로 봤을 땐 여전히 세계 1인자다.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도 미국은 금메달 10개, 은·동메달 각각 6개를 획득, 금 7개, 은 4개, 동 2개를 획득한 자메이카의 돌풍을 잠재우고 1위를 고수했다. 선수층도 타의 추종을 불허해 100m 10초 내 기록 보유자(서브 텐 클럽)만도 35명이나 된다. 10초 내 기록 보유자는 미국 다음으로 자메이카 9명, 나이지리아 8명, 트리니다드토바고 4명, 영국 3명, 프랑스 1명 등이다. 미국의 육상 최강 비결과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 국가대표팀이 훈련하는 샌디에이고의 출라 비스타 올림픽 트레이닝 센터를 찾았다.

◆출라 비스타 올림픽 트레이닝센터

출라 비스타 올림픽 트레이닝센터는 미국 올림픽 국가대표들의 체계적인 훈련을 위해 마련된 미국 3개 올림픽 트레이닝센터 중 1995년 가장 먼저 만들어진 훈련센터다. 완벽한 훈련 시설과 연중 따뜻한 날씨 등 쾌적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해 연말 이곳에서는 육상 국가대표 및 장애인 선수 48명이 올림픽 센터 한쪽에 자리 잡은 트랙 및 필드 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한꺼번에 훈련하지 않고 각 개인코치와 함께 스케줄에 따라 시간대별로 나눠 소규모로 개인 훈련을 진행해 경기장은 썰렁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한적했다. 장애인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경기장에서 훈련하지 않는 선수들은 훈련센터 내 실내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근력 운동을 하거나 바로 옆 선수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휴게실에는 안락의자와 포켓볼 다이, 탁구대 등 각종 휴게·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어 선수들이 쉬면서 훈련·경기에서의 경쟁심을 털어버리고 친분을 쌓거나 서로 노하우를 나누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트레이시 램(Tracy Lamb) 출라 비스타 올림픽 트레이닝 센터장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이곳으로 와 훈련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휴게실에서 만나 서로의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나누는 등 배우는 관계가 형성돼 이곳은 단순한 휴게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각 종목의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게 이곳의 장점"이라고 했다.

이곳을 찾는 외국 육상 선수들은 봄철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중국, 영국, 노르웨이, 그리스 등 연간 10여 개 나라에서 100, 200명 정도 된다.

◆미국 육상의 비결

미국이 육상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은 선수, 코치, 과학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란 게 미국육상연맹의 설명이다. 미국은 육상 선수층이 두터운데다 이를 지도하는 좋은 코치도 많고 이들의 훈련 방법과 체력 및 컨디션 관리 등을 뒷받침해주는 과학도 발달해 있는 등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는 것.

연맹은 그 첫째로 양질의 코치를 꼽았다. 미국에는 경험 많고 훈련된 코치가 많기 때문에 좋은 선수 육성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육상이 발전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육상경기연맹에 해당하는 미국 트랙&필드는 코치 양성 프로그램을 4단계로 나눠 양질의 코치를 배출한다. 미국에선 연맹의 이 프로그램 외에도 다양하고 많은 코치 양성 프로그램이 있고, 대학에서도 강좌를 통해 코칭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크레이그 풀(Craig Poole) 미국 트랙&필드 육상 총감독은 "호기심에서 육상을 처음 접하는 어릴 때에도 훈련된 코치가 지도하긴 하지만 대학부터는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기 때문에 체계적인 선수 육성을 위해선 대학 이후 코치가 아주 중요하다"며 "기술이나 훈련 방법 등은 코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좋은 코치를 많이 양성하는 것이 육상 강국이 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육상에서 다져진 빠른 발 등 기본기로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미식축구 등으로 종목을 변경하는 경우도 많아 육상을 선호하는 선수들이 적잖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육상 대회

미국에서는 정부 차원보다는 육상연맹이나 주 정부 차원에서 육상을 지원한다. 미국에 있는 육상센터는 1천 개에 달하는데 이중 연맹 소속 센터만 300여 개나 된다. 학교마다 있는 훈련센터도 수천 개에 이른다는 것. 또 중·고·대학교에 육상 관련 프로그램도 있어 선수 육성에 효과적이다.

체계적인 육상대회도 미국 육상 발전의 원동력이다. 동네마다 중학교 몇 곳을 모아 마을육상대회를 열고 각 도시에선 고교 8~10개 정도를 대상으로 고교육상대회도 개최한다. 나아가 도시 간 육상대회도 있는데 예를 들면 북캘리포니아에 속한 도시들이 대회를 열고 실력을 겨루는 식이다. 또 이를 통과하면 캘리포니아주 고교육상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은 또다시 전국 주니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러한 크고 작은 대회들을 통해 코치 등이 유망주를 발굴하고 스카우트해 최고 선수로 육성하게 된다. 미국 대표 선발전은 우리나라 양궁 대표 선발과 비슷해 국내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는 것이 세계대회보다 더 어려울 정도다.

크레이그 풀 감독은 "모든 주에서 똑같은 방식과 규모로 대회를 여는 것은 아니지만 큰 곳은 큰 대로, 작은 곳은 작은 대로 대회를 다 개최한다"며 "대학에 가면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같은 형태의 대회가 있고, 또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와 미국대학대항체육협회(NAIA: National Association of Intercollegiate Athletics) 등 2개의 다른 협회에서 주관하는 전국 대회도 있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다양하다"고 말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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