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신공항 딜레마

게임 이론의 대표적인 사례로 '죄수의 딜레마'가 있다. 협력을 통해 더욱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상황은 이렇다. 하나의 사건에 두 명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이들은 서로 격리된 방에서 심문을 받으며 상호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체포되기 전 이들은 절대 입을 열지 않기로 다짐했다.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백할 경우 형량을 감해준다는 수사관의 유혹에 빠져 결국 둘 다 자백을 하고 마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다. 수사관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한 수확이지만 용의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왜 이런 엉터리 게임 결과가 발생할까.

먼저 용의자들은 각각 자기 이익만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 의견 교환을 할 수 없는 고립된 상황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즉 내가 조금 불이익을 받더라도 상대방이 훨씬 높은 이익을 얻는다면 '박애주의' 차원에서 이를 감수하겠다는 정신만 있었더라도 이런 게임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 두 사람 간 대화의 통로만 있었어도 이런 어리석은 판단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정도는 중등학교 학생 수준이면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한창 국토 남부 지역을 달구고 있는 동남권신공항 유치전은 '죄수의 딜레마'를 너무나 닮았다. 먼저 대구 경북 경남 울산 등 4개 시도와 부산시가 팽팽히 맞서 있다. 그리고 남의 얘기는 귀담아듣지 않고 오직 우리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는 일념에 젖어 있다. 그러다 보니 의사소통이 될 리가 없다. 우수한 시설을 지역으로 끌어오겠다는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은 너무나 당연한 지역민의 논리지만 너무 강하면 장기적으로 서로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지금 중앙에서 일고 있는 '신공항 무용론'이 그것이다. 아예 없던 걸로 하자는 것이다. 신공항을 유치하려는 영남권 양대 축은 '죄수의 딜레마'로 가서는 안 된다. 죄수처럼 격리된 방에서 조사를 받는 것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대구 등 4개 시도가 제안한 "우리는 승복하겠다. 부산도 승복하라"는 제안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죄수의 딜레마는 최악의 루즈(lose)-루즈 게임이다. 윈-윈 게임으로 가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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