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 시간이 거꾸로 흐르다…

값싸고 가격흥정 재미 젊은이 북적…신세대 쇼핑·여가 공간 재탄생

19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동산상가 내 한 커피전문점에서 젊은 여성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9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동산상가 내 한 커피전문점에서 젊은 여성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서문시장이 '젊어지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신세대 고객들의 발길이 급증한 데다 커피숍 등 젊은층을 겨냥한 가게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중장년층이 과거의 추억을 되씹는 곳으로 여겨졌던 서문시장이 젊은이들의 새로운 쇼핑 여가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 27일 오후 젊은층의 발길이 부쩍 잦아진 서문시장을 찾았다.

◆2030 여성들이 몰린다=지난해 문을 연 동산상가 D커피 전문점. 갓 결혼한 새댁들과 여대생들이 시장에서 구입한 아기 옷과 액세서리를 한아름 쌓아둔 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대학생 이지나(23·여) 씨는 "목걸이와 귀고리를 샀다"며 "쇼핑 뒤에 즐기는 커피 맛이 끝내준다"고 웃었다.

서문시장에는 젊은이들이 주요 고객인 커피전문점이 지난 1년 새 2곳이나 들어섰다. 동산상가 옆 아진상가엔 C커피 전문점이 개업했다. 전통시장 한 가운데서 만나는 커피전문점은 다소 낯설지만 젊은층의 발길이 서문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커피전문점 관계자들은 "서문시장의 경우 2곳 모두 대형 프랜차이즈업체의 지점 개설"이라며 "대형업체들은 유동인구총수는 물론 이들 가운데 주요 소비층(젊은층)의 비중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지점 개설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에서에는 특히 20, 30대 여성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아기를 등에 업고 시장을 찾은 이숙희(30) 씨는 "원래는 아기 스웨터 하나 사려고 왔는데 너무 싸기에 한 점 더 구입했다"며 "그래도 아쉬워 남편에게 줄 바지까지 추가로 샀다"고 했다.

동산상가 바로 옆 아진상가에도 젊은 여성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이곳은 옷수선집과 의류부자재 취급점, 액세서리 판매상들이 즐비하다. 구입한 바지의 기장을 줄이는 단순한 작업에서부터 세상에 없던 새로운 옷을 만드는 작업까지 골고루 이뤄진다. 패션을 선도하는 여대생들에겐 이만한 곳이 없다. 가족들에게 엄마의 사랑이 담긴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히려는 주부들의 왕래도 잦다.

아진상가에서 액세서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용오(43) 씨는 "싼 비용으로 자신만의 패션감각을 발휘하고자 하는 대학생들과 옷 만들기에 재미를 붙인 초보 주부들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시중가격보다 4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자신만의 옷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은 의류부자재와 액세서리는 물론 풍부한 원단을 보유하고 있어 옷 만들기에 도전하는 고객들에게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대구가 낳은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송숙영 씨는 서문시장이 보유한 원단 규모가 런던과 파리에 위치한 원단시장의 10배에 이른다고 평가한 바 있다. 동산상가에서 유아복코너를 운영하고 있는 심연화(49) 씨는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동산상가 입주 점포 구성도 유아복 중심에서 성인여성 의류매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먹을거리와 정겨움이 넘치는 곳=서문시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서문시장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먹을거리와 전통시장 특유의 '끈적끈적함'이다. 함께 장을 보러 나왔다는 박명진(33) 씨는 "어머니 해 주는 음식이 생각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며 "요즘 같은 날씨에는 뜨끈한 칼국수가 그만이다. 튀밥과 국화빵, 순대국밥 등 전통시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추억의 먹을거리들도 풍성하다"고 했다.

실제 서문시장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먹을거리는 칼국수. 시장 초입이나 상가 곳곳에 네댓 곳의 칼국수집이 들어서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곳 칼국수 맛에 반해 대구에 들를 때마다 서문시장 칼국수를 즐기며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칼국수를 파는 황정순(57) 씨는 "손님들이 '서문시장을 들렀다가 칼국수를 먹지 않으면 왠지 뒤가 개운치 않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손님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손맛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서문시장에서 벌이는 '줄다리기' 역시 젊은이들에겐 포기하지 못할 재미다. 정찰제가 정착돼 있긴 하지만 가격흥정이 가능한 곳이 바로 서문시장이다.

김영오 서문시장상가연합회장은 "젊은이들이 서문시장을 찾으면서 상인들이 활력을 얻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젊은층 외 다양한 고객층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상인들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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