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재의 행복칼럼] 미인

얼굴 예쁜 여자들은 행복할까? 그렇다면 얼굴이 못 생긴 여자들은 불행할까? 이 질문은 남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질문이다. 키가 크고 가슴이 떡 벌어진 체격, 소위 식스 팩의 남자들은 행복한가? 그렇지 않고 바싹 마르고 볼품없이 생긴 남자는 불행한가라고 말이다. 하긴 얼굴 예쁜 것 하나만으로 학력이나 인간성에 관계없이 배우가 되어 출세한 사람들도 자주 본다. 그러다가 부잣집에 시집가서 소위 부귀영화를 한꺼번에 거머쥐는 경우도 많다.

외모 덕에 행복하게 사는 경우는 개에게서도 볼 수가 있다. 예쁘고 애교스런 개나, 혹은 멋있고 똑똑한 개들은 따뜻하고 아늑한 사람들의 방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맛있는 개사료를 먹으며 장난감을 갖고 놀고 아프면 병원에도 간다. 대신에 못 생긴 개들은 식당서 버린 썩은 꿀꿀이죽을 먹거나 혹은 목숨을 지탱할 정도의 조악하고 싼 개사료를 먹고 산다. 마루 밑은 고사하고 집도 없이 주인 댁 마당 한구석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는 경우도 있다. 그 중에서도 더 불행하게 태어난 놈들은 사랑은커녕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된다. 복날만 되면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살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이나 개는 일단 예쁘게 태어나야 삶이 편할 것 같다. 하지만 노름꾼들이 흔히 하는 말로 "초장 끗발 말짱 맷감이다"라는 것이 있다. 노름 시작 때 끗발이 올라 돈을 따게 되더라도 노름의 끝 무렵에는 홀라당 다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의 운수도 이와 같다. 비록 운 좋게 아름다운 외모로 태어나 인생 초년에는 그 덕에 행복하게 살다가도 말년에는 역시 그것 때문에 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추악할 정도로 못 생긴 사람이라도 인생 초년에는 울며불며 살다가 말년에는 뭇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총애를 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경우가 많다.

왜 이렇게 행복이 불행이 되고 불행이 행복으로 역전이 될 수 있을까? 아름다움이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 하나만이 행복의 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의 아름다움은 일단 외모로 나타난다. 하지만 아름다움의 뿌리가 외모에만 있을 때 그런 사람들의 행복은 인생 말기에 역전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얼굴이 예뻐도 마음이 아름답지 않거나 교양이 없고 수양이 모자라면 그 얼굴은 세월이 가면 점점 매력이 없어진다.

자신의 마음을 갈고닦아 아름답게 만들면 비록 추한 얼굴로 태어났더라도 그 얼굴이 매력적으로 바뀌게 되고 사람들은 그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 고기 먹는 짐승들 얼굴은 하나같이 무섭게 보이고 풀 먹는 동물들 얼굴이 전부 순하게 보이는 것을 보면 마음과 얼굴 표정은 비례함을 알 수 있다. 오늘부터 자신이 못 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 즉시 마음의 미용체조를 시작하도록 하자. 그래서 행복을 찾자.

권영재 대구의료원 신경정신과 과장·서구정신보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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