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 EBS 세계의 명화 '8명의 여인들' 29일 오후 11시

프랑스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을 총집결시킨 이 영화는 무엇보다 눈이 즐겁다. '쉘부르의 우산'으로 일약 스타가 된 후 지금까지도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카트린 드뇌브, '마농의 샘' 등에서 열연한 엠마뉘엘 베아르 등 미모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쟁쟁한 여배우들이 출연한다.

이 작품은 또한 귀가 즐겁다. 전체 흐름과 잘 어우러지는 멜로디와 가사의 삽입곡들은 창작곡이 아니라 프랑스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샹송들이다. 2002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출연 여배우들이 공동으로 은곰상을 수상했으며, 프랑스 개봉 첫날 흥행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50년대 프랑스 어느 외딴 마을의 대저택에 사업가인 마르셀, 그의 아내인 가비, 노처녀 처제 오귀스틴, 구두쇠 장모, 철모르는 작은딸 카트린, 요리사인 샤넬 부인과 신참 하녀 루이즈 등 한 명의 남자와 여섯 명의 여자가 살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큰딸 쉬종이 귀국하고 마르셀의 여동생인 피에레트도 오빠를 찾아오면서 집 안에는 여덟 명의 여인이 모이게 된다.

그런 가운데 마르셀이 등에 칼을 맞고 살해된 채 침실에서 발견되지만 폭설과 자동차 고장에 전화선까지 절단되어 경찰에 신고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고립된 집 안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여인들은 서로를 범인이라 의심하며 갖은 정황들을 들이밀며 압박한다. 여인들은 그간 간직해온 불륜, 동성애, 근친상간 등의 온갖 비밀들을 폭로 혹은 자백하고 말다툼에 몸싸움까지 벌어지지만 정작 범인의 정체에는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던 중 마당에 나갔던 샤넬 부인은 우연히 침실 창문을 통해 살아있는 마르셀의 모습을 보게 되고 모두 카트린이 꾸민 일임을 밝혀낸다. 카트린은 이를 순순히 인정하고 아버지를 부르러 가는데, 방 안에서 여인들의 고해성사를 모두 엿들은 마르셀은 카트린이 방문을 여는 순간 권총으로 자살을 하고 만다.

로베르 토마의 희곡을 각색한 이 작품은 제한된 공간에서 하루 동안 한정된 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등 연극적 요소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살인사건과 고립된 상황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두뇌게임이 주가 되는 작품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숨겨진 균열을 드러내고 여자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데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