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건강한 보일러 '내복 입기'

'100년 만의 추위'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건 동장군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상대가 만만찮다. 매일 출퇴근길마다 살을 파고드는 추위 때문에 어깨를 바짝 움츠리고 걷다 보니 집에 들어오면 어깨가 얼얼할 정도이다. 이번 추위에는 좀 더 단단히 준비를 하고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자칫 만만하게 보다가 감기 몸살이라도 걸리면 일주일은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아마 가장 쉽고 경제적인 추위 극복법 중의 하나는 '내복 입기'일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옷맵시가 안 난다고 해서 내복 입는 것을 꺼려하기도 하지만 내복은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는 동시에 에너지를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내복을 입었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체감온도가 3℃ 이상 올라간다고 하니 내복의 단열효과를 얕보지 말아야겠다.

최근 유가 상승이 심상치 않자, 정부에서도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실내온도를 제한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2008년과 같은 초고유가 사태가 다시금 일어난다면 난방비 상승으로 가계의 부담이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야기다. 작은 실천이나마 올겨울에라도 '내복 입기'를 통해 추운 겨울을 이겨내려는 지혜가 더욱 필요하다.

특히 겨울철 실내온도가 높으면 건조해진다. 건조한 실내 공기는 가려움증을 유발하거나 아토피 피부염을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내복을 입고 실내온도를 낮추면 그만큼 면역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아울러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더라도 갑작스런 온도변화를 겪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혈액순환이나 신진대사 기능 등에 큰 무리가 없게 된다. 내복 입기는 겨울철 건강을 지키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는 셈이니 어찌 마다하겠는가? 내복은 바로 겨울을 이기는 가장 '건강한 보일러'인 셈이다.

지금은 낯선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첫 월급을 타면 제일 먼저 부모님께 내복을 선물해 드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 유래는 이렇다. 속 썩이는 자식이 있었는데 뒤늦게 철이 들었고 취직을 했다. 부모님께 첫 월급을 타면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다. "어머니 무슨 선물을 해드릴까요?" "속이나 썩이지 말아라. 선물은 무슨 선물… 내 복에… 쯧쯧." 아들은 내복 사달라는 얘기로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에는 자식이 첫 월급을 타면 내복을 선물했다고 한다. 곧 다가올 설날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부모님을 따뜻하게 해 줄 내복을 장만해보는 건 어떨까?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다시 한번 기원한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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