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동산병원 위장관외과 김인호(59) 교수는 병원내 초대 암센터장이자 위암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동산병원 암센터는 모든 스케줄을 2주 안에 소화하는 초고속 의료 서비스와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진 시스템을 자랑한다. 게다가 외과의사로는 드물게 외과 영양도 미국에서 배워왔다. 모든 중환자실의 영양 공급을 담당하는 영양집중지원팀도 이끌고 있다. 그간 5천 명 가까운 암 환자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김 교수를 통해 위암의 실체와 치료 수준 등에 대해 알아본다.
◆위암 수술도 삶의 질을 따져야
흔히 말하는 위암은 위 점막의 상피세포에 생기는 위 선암을 뜻한다. 선암은 전체 위암 중 90%를 차지한다. 아울러 암세포가 위벽 중 어디까지 침투했느냐에 따라 조기인지 진행성인지 구분한다. 위벽은 점막, 점막하, 근육층, 장막 등 크게 4개층으로 나뉜다. 암세포가 점막하층까지만 생성돼 있다면 조기로 분류된다. 그보다 깊이 암세포가 침투했다면 진행성이다.
"1970년대만 해도 진행성 위암이 80~90%를 차지했죠. 그러다가 차츰 조기 위암 비중이 커졌는데, 최근엔 50% 이상이 조기 위암입니다." 조기 위암도 점막암과 점막하암으로 나뉜다. 점막하층에는 림프와 혈관, 신경이 있다. 이 때문에 점막하층까지만 암세포가 생겼다고 해도, 즉 조기 위암이라고 해도 전이됐을 가능성이 있다. "쉽게 말해서 조기 위암이라도 다른 장기나 부위로 전이됐다면 4기 판정까지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점막암 중 3~4%, 점막하암 중 20%가량에서 림프절 전이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위암은 현재로선 수술이 최선이다. 암 부위를 잘라내는 것이다. 암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수술 방법도 달라진다. 위 전체 또는 일부를 잘라내야 한다. "최근 들어 관심이 커지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삶의 질'(QOL:Quality Of Life)입니다. 모든 위암에 수술을 적용해야 하느냐에 관한 물음입니다. 수술을 하면 환자들은 크고 작은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암의 진행은 수십 단계로 세분화할 수 있다. 종류도 워낙 다양하고 그에 따른 처치도 달라진다. 최근 각광받는 것 중 하나가 조기 위암의 내시경적 치료다. 점막하 박리술 또는 점막 절제술 등이 있다.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자칫 조기 위암인 줄 알았다가 인근 림프절로 전이된 경우도 있거든요. 그만큼 세심하게 살펴서 수술법을 택해야 합니다."
◆위암 완치율은 90% 이상
현재 위암의 치료율은 얼마나 될까? 동산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 3천700여 명을 분석한 결과(2009년 발표), 이들 중 50% 이상이 조기 위암이었다. 전체 환자의 5년 생존율(완치율)은 90% 이상이다. 점막암은 95% 이상, 점막하암은 85~90%에 이른다. "3기 초만 돼도 55~60% 생존율을 보입니다. 하지만 3기말 이후가 되면 많이 떨어지죠. 4기 생존율은 15~20%입니다."
아직까지 위암은 국내 암 발생 1위다. 예전보다 치료 효과가 높아지면서 사망률은 3위로 떨어졌다. 국내 위암 수술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아직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등에 비해 완치율이 떨어진다.
"모든 암 치료가 마찬가지겠지만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 3가지를 꼽으라면 먼저 암세포의 완전 제거이고, 두 번째가 환자의 안전이며, 세 번째로 기능 보존입니다. 이 때문에 위암의 복강경 수술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진행성 위암의 경우는 초기 단계입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복강경이 좋지만 암세포의 완전 제거를 위해선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뜻입니다."
김 교수는 동산병원 초대 암센터장을 맡고 있다. 환자 개인에 맞는 맞춤형 치료와 함께 2주 내에 모든 절차가 끝나는 초고속 진료, 퇴원 후 계속되는 추적 관리가 최대 강점이다. "위암의 경우, 외과뿐 아니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의 전문의가 모여서 환자 상태를 분석하고 최적의 진료 방법을 찾아냅니다." 올해부터는 시범적으로 이런 의사들의 모임에 환자나 보호자도 참석하도록 할 예정이다. 환자 스스로 자신의 병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
◆폭넓은 지식 갖춘 외과의사
동산병원에서 지난해 이뤄진 위 절제 수술은 312건. 이 중 206건을 김 교수가 집도했다. 복강경 수술도 50여 건에 이른다. 많은 환자들이 그를 찾지만 수술 순서는 엄격히 지킨다. "한 번은 고교 동창이 수술을 받으러 왔는데 조금 일찍 수술을 받을 수 없느냐고 묻더군요. 일주일에 이틀밖에 수술을 못하는 터라 대기자 명단을 보여주며 양해를 구한 적도 있습니다."
김 교수는 원래 간을 전공하고 싶었다. "1970년대 말 옛 동산기독병원 시절엔 외과에 위를 맡는 A팀과 간담췌를 맡는 B팀밖에 없었습니다. 간 수술에 매료돼 여러 해 그 분야를 공부하며 배우려고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어요. 당시만 해도 전문분야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갑상선, 유방, 신장, 방광 수술까지 다 했죠." 이런 경험 덕분에 그는 환자의 질환을 폭넓게 볼 수 있는 의사가 됐다고 생각한다. 수술 중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던 이유도 여러 분야의 수술로 터득한 노하우 중 하나.
수많은 환자를 접하며 안타까운 일도 많았다. "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신 한 환자가 있었어요. 40대 남성이었는데, 행여 유전됐을까봐 40대 초반부터 꾸준히 내시경을 받으며 관리했죠. 그런데 덜컥 B형 간염에 걸린 겁니다. 3년간 간염 치료를 받았어요. 그런 뒤에 검사했더니 이미 위암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수술해도 위험한 상황이어서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환자가 운명을 달리하기 전 간염 치료를 떠올리며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3년이었다'고."
김 교수는 경력답게 많은 직책을 맡고 있다. 암센터장뿐 아니라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 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환자 치료에서 영양 공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는 선구자였다. 덕분에 '지방에서 만든 전국 학회'인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에는 현재 200여 명의 외과의사가 활동 중이다. 서울에서도 부러워하는 대구위암연구회(5개 대형병원 의사 연구회) 회장도 맡고 있다.
글·사진=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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