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투병과 극복에 운동은 마치 약과도 같다. 양이 적당할 때는 도움이 되지만 너무 많으면 독이 되고, 또 너무 적으면 효과가 없다. 그런데 매사에 적당히 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모양이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40대 여자분이 몇 달 전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활동량이 대단하여 주변을 놀라게 하던 분이라 수술을 받고 나서도 전혀 변함이 없었다. 최근에 만나 보니 오히려 암을 이기겠다는 투혼으로 보통 사람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암 투병에 물론 운동이 중요하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으냐고 내가 걱정을 하니 더욱 놀라운 답을 한다. 어떤 환우들 모임에서는 암을 이기기 위한 행사로 한라산을 오르는데, 그 중에는 '피 주머니'를 달고 오르는 사람도 더러 있단다. '피 주머니'를 달고 엄동설한에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오른다니 말만 들어도 얼마나 비장한가?
사실 '피 주머니'라는 의외의 표현을 듣고 자칫하면 웃을 뻔했지만 이내 착잡해졌다. 수술한 부위에 피나 체액이 고이지 않도록 그것을 빨아내어 주는 배액 주머니를 말하는 모양인데, 문제는 그게 달려 있다면 아직 수술 상처도 덜 나았다는 말이 아닌가?
강한 정신력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체력을 소모하면 우리 몸이 본래 가지고 있는 저항력과 면역력마저 떨어뜨린다. 그렇게 되면 멀쩡한 입술도 부르트듯 수술 상처가 아물지 못하는 것은 물론, 거의 다 꺼진 불씨마저 새로 지펴서 병의 재발을 도와주는 뜻밖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오히려 위험하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수술 후에 전혀 몸을 움직이지 않는 분들이 있다. 사실은 이런 분들이 훨씬 많다. 가능하면 힘든 일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 암과 싸울 힘을 길러야 한다는, 정말 그럴듯한 주위의 말을 듣고서는 바로 절대 조심과 안전제일의 모드로 들어가 버린다. 그런데 그렇게 몸을 덜 움직이니 오히려 쉽게 피로하고, 피곤하니까 더 안 움직여서 점점 악순환으로 접어든다. 몸의 피돌림이 시원찮으니 약을 쓴들 구석구석까지 가지도 못한다. 장운동이 처지니 소화가 될 리 없어 영양상태도 나빠진다. 이때 저항력과 면역력이 추락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암과 싸울 힘을 기르려던 것이 암에 견딜 힘마저 잃어버리는 꼴이 되어 버린다.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래서 암 관련 단체 등에서 암 예방과 암 투병을 위해 권장하는 구체적인 운동량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견해로는 사람마다 체력과 사정이 다르니 일률적인 기준보다는 그저 각자가 지치지 않을 정도의 운동을 매일 규칙적으로 하면 좋겠다. 지나침은 모자람이나 같다는 옛 성현의 말씀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딱 맞는 부분이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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