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강의 도시를 만들자] (6)다뉴브강 관강의 백미,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 관광선 야경
부다페스트 관광선 야경
부다페스트의 야경
부다페스트의 야경
부다페스트 관광선 모습
부다페스트 관광선 모습

다뉴브강은 유럽 문화의 젖줄로 불린다.

알프스에서 발원해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 10개국을 거쳐 흑해로 흘러 들어가며 비엔나와 부다페스트, 베오그라드 등이 이 강을 끼고 중세 유럽 문화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라인강이 유럽 경제 중흥의 바탕이 됐다면 동서양의 문화를 실어나르던 동유럽의 젖줄인 다뉴브강은 21세기 관광 자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유럽 각국의 대형 크루즈선들이 다뉴브강을 다니며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 중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다뉴브강 관광에 있어 백미(白眉) 중 하나다. 중세 문화가 살아있고 강 유역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헝가리는 다뉴브강을 꾸미지 않는다. 있는 모습 그대로 이용하며 그들의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 강을 관광 상품화하고 있다.

▶자연을 그대로, 문화적 자부심

겨울철 다뉴브강 관광은 비수기다. 오후 3시를 넘으면 해가 넘어가기 시작해 4시쯤이면 밤이 된다. 날씨 또한 맑은 날이 별로 없다. 하지만 지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찾은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강폭이 300m에 이르는 다뉴브강(헝가리어 두나·Duna)에는 유람선이 꼬리를 이었다. 수많은 공업 도시들이 있고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라인강과 달리 동유럽을 횡단하는 다뉴브강은 손꼽을 만한 공업도시는 없지만 스토리텔링이 있는 강이다. 강 주변 경관과 중세 도시들이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물'이라는 어원을 가진 중세도시 부다와 신도시인 페스트가 합쳐진 부다페스트는 '강'이 절대적 존재다. 다뉴브강의 다리와 중세 성들이 빚어내는 밤의 풍광은 체코 프라하, 프랑스 세느강과 함께 유럽 3대 야경으로 불리며 모든 관광은 다뉴브강과 연계돼 이뤄진다. 하루 수십 척의 유람선이 오가는 부다페스트 항은 크게 3종류의 유람선이 다닌다. 1시간 동안 도시를 유람하는 시티투어 개념의 배와 인근 도시를 잇는 유람선, 그리고 흑해와 독일에서 오는 대형 크루즈 관광선이 있다.

부다페스트에서 20㎞ 상류에 위치한 센텐드레(szentendrei)에서 유람선에 올랐다. 센텐드레는 중세 및 사회주의 시절, 핍박을 피한 종교인 및 예술가들이 모여 이룬 도시로 그리스 정교와 신교, 가톨릭 성당 등이 밀집해 있고 각종 미술관이 있는 도시다.

인위적인 제방 공사나 물길을 막는 보가 없는 부다페스트 상류 다뉴브강은 숨막힐 듯한 절경이 이어진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강물과 강변의 수목들, 그리고 옛모습을 간직한 동화 속 마을들이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유람선 선장인 주로 처버 씨는 "여름이면 각종 철새들이 날아들어 더욱 아름답다"며 "겨울인 요즘은 하루 1, 2차례 정도 운항을 하지만 5월에서 10월까지 성수기 때는 하루 운항 횟수가 8번 정도 될 정도로 관광객이 많다"고 했다. 여름철 다뉴브강 유람선을 이용하는 관광객은 하루 2만 명을 넘어선다.

유람선은 출발 30분이 지난 뒤 오부다(obudai)섬을 통과했다. 섬 길이가 3.5㎞인 오부다섬은 7월 음악 축제인 씨게트 페스티벌이 10년 전부터 열리는 곳.

처버 씨는 "일주일간 열리는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몰려들며 30곳이 넘게 설치된 야외 무대에서 록과 팝, 교향악단이 다양한 공연을 한다"며 "경관 보존을 위해 숙박시설은 전혀 없고 별다른 개발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원함을 주는 강바람이 지나는 숲속, 여기서 펼쳐지는 한여름 밤의 음악 향연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 상품'인 셈이다. 실제 오부다섬은 몇 년 전 일본이 유럽의 디즈니랜드를 만들겠다며 투자 제의를 했지만 헝가리 정부가 거절을 한 곳이다.

오부다섬을 지나면 마르기뜨(margit)섬이 나타난다. 이곳은 부다페스트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공간. 자연 그대로의 공간을 살린 어린이 놀이 공간과 휴양을 위한 온천호텔 2곳이 있으며 경관 보전을 위해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100여 년 전 프랑스에서 설계한 마르기뜨 다리부터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구간이다. 10㎞ 정도인 이 구간은 150년 전 홍수를 막기 위해 쌓은 제방을 빼고는 강변에 인공 시설물이 들어설 수 없다. 대신 강을 따라 이어지는 부다왕궁과 국회의사당, 겔레르트 언덕, 세체니 다리, 어부의 요새 등 중세 건축물이 다뉴브강과 함께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강이 만들어낸 자연경관과 중세 문화유산이 합쳐진 다뉴브강은 21세기 가장 경쟁력을 가진 관광 상품이 되고 있다.

하지만 다뉴브강도 도시화에 따른 '오염'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10월 부다페스트 인근 도시에서 알루미늄 슬러지를 저장한 둑이 무너지면서 대형 슬러지 유출 사건이 발생했고 생활 하수로 다뉴브강이 오염되면서 헝가리 정부는 5년 전부터 5억3천만달러를 투입해 부다페스트 지역 하수처리장 시설 건립에 나서고 있다.

▶유럽의 새로운 관광 상품 유람선

유럽 운하에선 대규모 컨테이너선과 대형 크루즈선이 나란히 운항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총 연장 3만5천㎞에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2개국이 연결돼 있는 유럽의 운하 수로는 관광 자원으로 뛰어난 조건을 갖고 있다.

특히 마인-도나우 운하 완공으로 라인강과 다뉴브강 물길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유럽 각 도시에 정박하며 내륙 관광과 연계한 크루즈 산업이 '황금기'를 맞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한 유람선은 프랑크푸르트(독일)-빈(오스트리아)-부다페스트(헝가리)를 운항해 흑해로까지 연결된다.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를 운항하는 크루즈선은 700척 이상이며 파리와 북해를 잇는 센-스헬더 운하 건설이 끝나면 독일 쾰른에서 파리까지 뱃길이 열리게 돼 크루즈선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 수자원 관리국 관계자는 "물류 수송을 위해 건설된 유럽 운하들이 10여 년 전부터 관광 자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유럽의 주요 도시를 잇는 크루즈 산업은 앞으로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망 산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 유럽 리버크루즈협회에는 20개 회원사가 소속돼 있으며 유럽 전체 100개 이상의 여행사와 네트워크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벌이며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통상 일주일 전후인 크루즈선 관광은 비수기인 겨울을 제외하곤 관광객이 넘치며 가장 많은 승객들이 탑승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노선은 연간 이용객이 30만 명을 훌쩍 넘고 있다.

또 산업 기능 쇠퇴와 노후화로 화물 수로로서 기능을 잃은 소규모 운하들도 휴식 공간 및 관광지로 속속 재개발되고 있다.

19세기 만든 운하가 방치돼 왔던 영국은 런던 앤더톤 번리와 그랜드유니온 등 주요 운하에 소형 관광선이나 레스토랑 선박 등을 띄워 관광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벨기에 북서부에 위치한 브뤼주는 운송 기능을 상실한 운하를 재개발, 50여 개의 다리와 묶어 벨기에 최고의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물의 도시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예전부터 도심 운하를 다니는 소형 버스 등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편, 독일은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강 상품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라인강의 만하임에서 네카강을 가로질러 뉘른베르크에 이르는 총 320㎞의 고성가도를 유람선 관광과 묶어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가 묻어 있는 스토리텡링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산업화로 오염되고 뱃길로만 이용되던 유럽의 강들이 '자연'과 '문화'로 이어져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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