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오솔길 가운데 낯선 거미줄
아침 이슬 반짝하니 거기 있음을 알겠다
허리 굽혀 갔다, 되짚어 오다 고추잠자리
망에 걸려 파닥이는 걸 보았다
작은 삶 하나, 거미줄로 숲 전체를 흔들고 있다
함께 흔들리며 거미는 자신의 때를 엿보고 있다
순간 땀 식은 등 아프도록 시리다.
그래, 내가 열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
망에서 떼어 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라면 짐짓
몸 전체를 망을 밀고 가도 좋을 게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아홉
홀로 망을 짜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
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
캄캄한 뱃속, 들끓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
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 놓고자
밤을 지새운 거미, 필사의 그물 짜기를 나는 안다
이제 곧 겨울이 잇대 올 것이다.
(후략)
……………………………………………………………
제 아무리 각고면려 해도 나이가 주는 지혜를 따르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미당도 '마흔 다섯'이란 시에서, 마흔 다섯은 "귀신이 와 서는 것이/보이는 나이,……//귀신을 기를 만큼 지긋치는 못해도/처녀 귀신허고/ 相面은 되는 나이"라고 했지요. 귀신을 본다는 말은 삶과 죽음이 보인다는 뜻 아닐까요.
그래서 열 아홉, 스물 아홉, 서른 아홉이라면 거미줄에 걸려 파닥이는 잠자리가 안타까웠겠지만, 마흔 다섯 넘어 마흔아홉이라는 나이는 밤을 지새우며 그물을 짜던 거미에게 마음이 미치는 때라지요. 거미의 고독을 생각해 주어야 할 그런 나이라지요.
무릇 목숨 있는 것들의 잔치는 먹고 먹히는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지요. 생명체의 이기적인 유전자들로 종족은 유지되겠지만 그간 우리 인간들의 손으로 간섭한 목숨들 다 어떡하나요. "홀로 망을 짜던 거미"를 생각하면서 왜 홀로 계신 늙으신 어머님이 떠올랐을까요.
이면우<시인>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탄핵 집회 참석한 이원종 "그만 내려와라, 징그럽다"